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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Sep 28. 2018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사랑과 감기가 비슷한 이유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독한 감기’라고 혼동하는 ‘독감’은 감기와 완전히 다른 병이다. 감기는 100여종이 넘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이 코나 목의 상피세포에 침투해 일으키는 질병이다. 너무 많은 원인균으로 인해 감기는 백신을 만들 수 없으며, 증상 또한 경미해서 성인들은 보통 일 년에 4~6 차례 감기를 앓지만 곧 회복한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가 원인 병원체이다. 독감 바이러스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 B, C형 세 가지가 존재하지만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B형은 증상이 약하고 한 가지 종류만 존재하지만, A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보통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항원의 종류는 H1, H2, H3와 N1, N2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당단백질로 구성된 지질 외피(겉껍질)와 RNA 핵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보통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것은 ‘겉껍질’ 부분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우리 몸속에 독감 백신이 생기는데, 이 백신은 면역세포가 병원균의 모양을 인식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질병의 원인균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해준다.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는 이 겉껍질 부분이 변이되기 때문이다. 겉껍질이 변이되는 과정은 동물에게 감염됐다가 사람에게 전파되는 과정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 이렇게 겉껍질이 변이된 경우, 변이된 바이러스에 대한 모양이 인식되지 않은 예방접종을 하면 면역 효과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접종이  필요하다.

독감은 대개 지난해 마지막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균주가 다음 해에 유행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그 다음 해에 사용할 백신의 균주를 결정하고 백신을 만든다.
조류에서 나타나는 H항원과 N항원은 보통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바이러스 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거나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종류의 항원과 유전자를 교환하면 사람에게도 쉽게 병을 일으키는 형태로 변할 수 있다. 사람에게 기존에 면역이 없는 이러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신종플루’나 ‘조류독감’처럼 전 세계를 휩쓰는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랑은 멜랑콜리하다


사랑과 질병의 결합은 원래 고대의 전통에서 기원한다. 고대 사람들에게 ‘사랑’이란 특별히 다루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태였다. 에로스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사랑의 신 이름으로 감각적인 욕구와 갈망을 가진 열정적인 사랑을 뜻한다. 이처럼 고대인들에게 사랑이라는 현상은 인간적인 욕구를 넘어서는 광기를 일컫는 ‘신들의 광기(Theia Mania)’로 이해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사랑이 최초의 문명 정신병인 '멜랑콜리(Melancholy)‘의 증상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사랑을 하나의 병으로 간주했고 사랑이라는 병은 치유할 수 있지만 그 병 때문에 사람이 파멸될 수 있다고도 여겼다.
멜랑콜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의 일종으로, ‘우울’ 또는 ‘비애’에 해당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의학용어로 처음 사용된 이 단어는 오늘날에도 정신의학 분야에서 계승되고 있다.


그리스어의 멜랑(melan, 검다)과 콜레(cholē, 담즙)의 합성어인 멜랑콜리는 체액 중에서 흑담즙이 과잉해지는 상태로, 음울하며 무기력하고 움직임이 느린 인간을 가리키는 형용사로 불려졌다. 따라서 멜랑콜리라는 개념은 우울의 병과 그 기저에 있는 우울의 기질이라는 두 개의 국면을 함께 가지는 어둡고 침울한 상태를 말한다.


멜랑콜리의 증상으로는 주로 광기, 집착, 두려움, 의심, 우울증, 발작, 소화불량, 체력의 소진 등이 있다. 이것은 사랑에 심각하게 빠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 같다. 결국 멜랑콜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피할 수 없는 병’으로 마치 감기처럼 감출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열애의 증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감기가 비슷한 이유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맥박이 빨라지고 미열이 나고 상대방과 마주치면 얼굴이 붉어진다. 목은 늘 쉰 것처럼 탁한 소리가 나오고 당신은 이것은 감추기 위해 자꾸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마치 감기바이러스를 옮겨주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한다. 함께 있으면 한 겨울에도 흥건하게 땀이 나고, 혼자 있으면 온 몸에 맥이 빠진 사람처럼 이불위에 널브러져 있다.


사랑에 빠지면 기쁨과 슬픔, 착각과 현실부정이 반복해서 일어나며 면역력의 정도에 따라 통증이 가감된다. 사람들로부터 “어디 아파?”라는 말을 듣지만 솔직히 말할 수 없는 병, 바로 사랑이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낯설게 저 멀리 물러나 버리고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며칠 심하게 앓고 난 감기처럼 그렇게 사랑은 왔다가 또 가버린다.


여름내  폭염이 계속 되더니 어느새 서늘한 가을이 깊어졌다. 한낱 인간의 재주로는 대자연의 그 속과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아주 추운 곳에서는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추운 곳에서는 감기 바이러스가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다.  감기 때문에 혹은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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