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찾아오는 계절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
가을이 비처럼 내리는 나라에서 옛 시인의 시를 읽는다. 꾸미는 말 마디마디가 아름다워 마음이 아파질 즈음에 제 키 만큼이나 훌쩍 높아져 천공을 이고 서 있는 하늘을 본다. 가을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한밤중까지 소란스럽게 움직이던 늦여름의 흥분을 멈추고 조용히 책을 집어 든다. 그리고 활기차게 쨍그랑 거리던 아이스커피 대신 향이 짙은 더치커피를 주문한다. 찻집 가득한 커피향이 우물 안 그림자처럼 탁자마다 동심원을 그리며 내려앉으면 저마다 떠나간 누군가를 생각하며 우울감에 젖는다. 가을이 가져다주는 짙은 마호가니색 외로움...
일반적으로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 겨울철에 시작되고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 여름에 증상이 저절로 회복된다. 따라서 이 증상은 일조량 차이가 적은 적도 부근에서는 드물고 위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아져 북유럽(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가장 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울증도 함께 발병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통계적으로 벚꽃이 만개한 4~5월에 자살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일조의 조건보다는 인간의 신체적인 바이오리듬이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정신적인 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예이다.
봄의 우울증은 화려한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초라해 보이는 자신에게 나타나는 열등감의 병이다. 긴긴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와 찬란한 봄 햇살 속에 나를 드러내기에는, 나는 남들보다 뚱뚱하고 못생기고 돈도 없고 주위에 사람도 없는 천하 못난 외톨이처럼 느껴지는 상실감이 극에 달하는 것이다.
이와달리 가을 우울증은 여름 내내 활발하게 움직이던 신체활동이 겨울을 채비하는 휴지기에 들어가 몸이 무겁고 늘 졸립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생겨나게 된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탈모 호르몬으로 바뀌면서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탈모 현상을 겪거나, 신체 대사량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하게 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감정에 예민해지게 되고 대인관계나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우울증에 빠져버린다.
계절성 우울증은 매사에 흥미가 떨어지고 외롭고 허무한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보통 우울증과 같지만, 과다한 수면을 취한다는 점이 다르다. 흔히 계절성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우울증은 자칫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계절이 바뀌는 요즘 같은 시기에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고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 우울증 자가 진단법 -
1. 사소한 대인관계에 신경이 쓰이고 지나간 일이 계속 걱정된다.
2. 의욕이 떨어지고 모든 것이 귀찮다.
3. 매사에 비관적인 생각이 들고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4. 내 처지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5. 잠을 설치고 몹시 피곤하다.
6. 입맛이 늘거나 줄고 체중이 5% 이상 변한다.
7. 답답하고 불안하며 쉽게 짜증이 난다.
8.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어난다.
9. 두통, 소화기장애, 만성통증 등 신경성 이상증상이 생긴다.
10. 자살을 생각한적이 있다.
세 가지 이상의 증상이라면 가벼운 우울증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출퇴근 시간에는 책을 읽는다.
사람 많은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부대끼는 고통은 출근시작부터 몸 안의 분노세포를 일깨운다. 이럴 때 일수록 스마트폰 보다는 책을 읽는다. 뉴스에 나오는 짜증나는 세상사로부터 잠시 떨어져 책 한권만큼의 내 공간을 여유 있게 가져보자.
2. 가까운 거리는 걷는다.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하면 우울증이 반으로 줄어든다. 운동 할 시간을 낼 수 없다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을 가진다.
3. 아침을 꼭 먹는다.
내 아침은 내가 챙긴다. 아침식사는 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일 뿐 아니라, 허기가 지면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게 된다.
4. 웃으며 인사를 한다.
층간 소음 때문에, 쓰레기 문제 때문에 꼴 보기 싫었던 옆집 사람들과, 격무에 시달리는 회사에서 매일 보게 되는 원수 같은 직장 동료들과 아침마다 웃으며 인사를 한다. 기분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분 좋은 하루가 된다.
5. 나를 위해 선물을 한다.
계절이 바뀔 때는 새 외출복을 한 벌 산다. 갑자기 나갈 일이 생겨도 입을 옷 한 벌 없다는 것이 얼마나 우울한 일인가. 이제 언제 어느 때라도 기분 좋은 외출을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지루했던 일주일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우울한 기분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적당한 우울감은 사람을 릴렉스 시켜주고 생각을 깊게 해준다. 예술가들에게 우울함이 없었다면 우리는 수많은 예술작품들을 만날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음악과 영화는 특히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이다. 슬퍼서 기뻐서 우스워서 사람들은 그 감정에 몰입하고 동화되어 함께 희노애락을 나눈다. 이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혼자만의 고독에 빠져있던 기분을 전환시켜보자.
윤종신 ‘좋니’ [LISTEN 010]
이별노래의 레전드는 역시 윤종신이었다. 가수 윤종신의 '좋니‘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역주행 신화에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윤종신의 '좋니'는 워너원의 '에너제틱'과 엑소의 '코코밥' 까지 큰 격차로 따돌리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워너원(Wanna One) ‘에너제틱(Energetic)’ [1X1=1(TO BE ONE)]
워너원의 첫 미니앨범 [1X1=1(TO BE ONE)]이 발매 된지 13일 만에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달성했다. 섬세하지만 반전미가 느껴지는 멜로디컬한 구성이 돋보이는 곡 ‘에너제틱’은 워너원과 그들의 팬 워너블의 첫 만남처럼 당신과 내가 만나 서로에게 빠져드는 강렬한 설렘을 담았다고 한다.
헤이즈(Heize) ‘비도 오고’ [너 먹구름 비]
헤이즈의 감성 발라드 ‘비도 오고’는 어쿠스틱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감미로운 헤이즈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가사와 어울려 비오는 날이면 음악팬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노래 중 한 곡으로 꼽히고 있다. 세련된 재즈풍의 스타일과 함께 신용재의 피처링이 더해져서 비 오는 날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살려냈다.
태양 ‘Wake Me Up’ [WHITE NIGHT]
태양의 신곡 ‘Wake Me Up’은 힙합 비트와 일렉트릭 사운드가 빚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R & B 스타일의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서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은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고백을 태양의 호소력 짙은 보컬 속에 담고 있다.
아이유 ‘밤편지’ [밤편지]
'효리네 민박' 방송마다 흘러나오던 아이유의 '밤편지'는 시청자들의 감성을 젖게 만들며 벅스 주간차트에서는 어느덧 10위권까지 재진입했다. 지난 3월 발매 된 아이유의 ‘밤편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띄우는 편지를 반딧불이로 표현한 서정적인 가사와 아이유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초가을 밤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노래이다.
가을은 뜨거운 폭염과 짙푸른 녹음들과 이별하는 계절이지만 일 년 동안 애써 일구어낸 터전을 거두어들이는 수확의 계절이기도하다. 지나간 겨울과 봄과 여름이 나에게는 어떠한 시간이었는지 내가 일궈낸 것은 무엇인지 한번쯤 돌아볼 시기가 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지나간 날들은 기쁨보다는 후회로 남는다. 이 유난스러웠던 계절들을 맞아 비바람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당신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수확은 더 좋은 모습으로 남겨질 것이다. 이 가을이 주는 정취를 즐기며 저마다 자신의 삶에 깊은 자양분을 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