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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13. 2018

나는 저그 유저입니다.

단땅, 스타, 그리고 386

변화무쌍한 9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386세대
 
386세대는 1990년대 초부터 ‘Ketel’(이후의 ‘하이텔’), ‘PC-Serve’(이후의 ‘천리안’)등을 통한 PC 통신과 게임을 하면서 성장했다. 대표적인 머드(Mud: Multiple User Dungeon) 게임으로는 ‘단군의 땅’을 꼽을 수 있으며, 이후 그래픽 출력 기능이 강화되고 동시 사용자 수가 증가된 머그(Mug: Multimedia Graphic) 게임으로 발달하였다.

1992년 초반을 기점으로 PC는 486으로 한 단계 진화하였다. 컬러 모니터와 VGA 컬러 그래픽 카드와 ‘사운드 블래스터’나 ‘옥소리’등의 사운드 카드가 보급되면서 게임 산업은 급속히 발달하기 시작했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단군의 땅

RPG(Role Playing Game)는 유저가 이야기 속의 캐릭터들을 조종하는 역할 수행게임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던전 앤 드래곤(Dungeon and Dragons)’ 시리즈가 손꼽힌다. 이 게임은 오크와 엘프 등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했으며 이후 만들어진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들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던전 앤 드래곤의 캐릭터들


대한국민의, 대한국민에 의해 세계적인 게임이 된 ‘스타크래프트(Star-Craft)’는 대표적인 전략시뮬레이션게임(Realtime Strategy Game)이다. 1998년 3월 31일 미국의 벤처기업인 블리자드(Blizzard)사에서 만들어진 스타크래프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방문화(찜질방, 노래방, PC방)’를 완성하는데 커다란 공을 세운 국민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피씨방




끊임없이 변화하는 학습의 세대 386


386세대는 끊임없는 학습의 세대이기도 했다. 386세대는 눈을 뜨면 등장하는 새로운 영어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합법적으로 문호가 열린 일본문화를 비롯해 이미 음성적으로 접하고 있었던 외국 문화들을 소화할 능력을 갖추고, 때로는 와인 감별사가 되고, 때로는 바리스타가 되어야 했고, 해외여행 자유화를 맞이한 첫 세대로 배낭 여행족의 감격과 설레임을 누려보기도 했다.

초창기 핸드폰과 삐삐로 불리던 무선 호출기


전화국에서 무료로 빌려주었던 단말기.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시티폰


어릴 때 처음 집에 전화가 놓였을 때의 두근거림은 삐삐라고 불리던 호출기가 대신했고, 유사시엔 무기로도 쓸 수 있는 거대한 핸드폰과 자동차에 설치하는 카폰에 이어서 거의 공중전화 옆에서만 통화가 가능하던 시티폰이라는 것도 출시되었다.
1990년에는 아시아자동차에서 패션형 지프 자동차 ‘록스타’가 처음 출시되었으며, 현대자동차에서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카 모양을 한 세단 ‘스쿠프’를 출시해 386세대의 국민차로 열광을 받았다.

이듬 해 대우국민차에서 ‘티코’가 출시되었다. 티코는 작고 가벼운 무게감 때문에 출시 이후에도 한동안 상대방차의 바람저항에 날아가기 때문에 고속도로는 달릴 수 없다는 설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무늬만 포츠카였지만 최고의 인기를 누린 스쿠프와 티코


이처럼 386세대란, 90년대의 빠르게 업뎃되는 컴퓨터 사양만큼이나 치열하게 살아갔던 젊은이들에게 붙는 수식어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유신 정권에서 태어나 새마을 운동을 직간접으로 겪었으며(새마을 노래라도 불렀으며), 라면땅과 드라이아이스통에 담긴 아이스케키 대신 햄버거와 피자를 처음으로 접한 세대였다. 야간통행금지라는 것을 아는 마지막 세대이며, 살얼음판 같던 군부 독재의 시절에 용감히 일어나 민주화를 위해 싸운 투사였고, 또한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의 문화와 신문물에도 재빨리 적응한 첫 번째 스마트기기 PC(Personal Computer) 세대였다.

90년대에 30대를 살아간 80년대 학번인 60년대생을 우리는 그렇게 386세대라고 불렀다.


요동치던 90년대 예술문화
 

뉴키즈 온더 블럭과 열광하는 한국 팬들


90년대는 한국 문화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1990년 3월 19일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처음으로 방송되었고, 1992년 2월 17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렸던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내한 공연 도중 여고생 1명이 압사하는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3월에는 대한민국 밴드 역사에 남을 두 그룹 ‘넥스트(N.E.X.T)’와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했다. 대중음악계는 록과 발라드와 트로트가 함께 융성했으며, 각종 음악 차트에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트로트가 1위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만나는 상실의 시대


문학계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풍이었다. 1989년 국내 발간 된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는 도서라는 의미를 넘어 유행의 아이콘이 되었다. 당시 젊은이라면 누구나 하루키를 읽었다. 읽지 않아도 읽은 척을 했다. TV 커피 광고에도 하루키의 책이 등장했다. 그만큼 하루키는 우리 도서계에 일본 문학이라는 신선한 열풍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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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의 원제목인 ‘노르웨이의 숲(ノルウエイノ森)’은 존 레논(John Lenon)이 가사를 쓴 비틀즈(The Beatles)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에서 차용한 것이다.

1965년 12월에 발표된 비틀즈의 앨범 [Rubber Soul]은 비틀즈의 작품 중에서도 명반으로 알려져 있다. ‘Nowhere Man’, ‘Michelle’, ‘Girl’등과 함께 앨범에 담겨 있는 ‘Norwegian Wood’는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시타(Sitar) 연주와 함께 클래시컬한 멜로디와 초현실주의적인 실험성이 한데 어우러져 신비감을 더해주는 곡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

1991년 11월 24일 영국의 세계적인 그룹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자신이 에이즈(AIDS)에 걸렸음을 고백하고 사망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는 각종 에이즈 괴담이 성행하며 에이즈에 대한 공포심이 크게 부각되었다.


얼터너티브락의 천재 커트 코베인의 죽음

커트 코베인

미국에서는 1994년 4월 5일 미국의 록그룹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전 세계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각광을 받으며 태풍의 핵처럼 유행되었다. 펑크, 그런지, 시애틀록의 구분 없이 록은 모두 ‘얼터’라는 단어 하나로 환영받았고, ‘얼터너티브 창법’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통일 된 독일에 바치는 공연, The Wall-Live in Berlin
 
1990년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독일의 통일이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로저 워터스(Roger Waters)는 역사상 최대의 공연을 기획했다.
1985년 12월 로저 워터스는 밴드를 탈퇴한다고 발표하고 '핑크 플로이드'란 이름에 대해 법적인 공방을 벌였다. 로저 워터스는 소송에 패한 대신, [The Wall]과 [The Final Cut]에 대한 법적 권리를 얻었고, 1991년 단독으로 베를린 장벽에서 ‘The Wall-Live in Berlin’ 공연을 열었다.


로저 워터스의 공연에는 조니 미첼(Joni Mitchel), 반 모리슨(Van Morrison), 신디 로퍼(Cyndi Lauper),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 스콜피온스(Scorpions),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함께 했다.

공연을 위해 동독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러시아 행진 밴드도 참가했으며 미군의 헬기 지원까지 받았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이 있는 포츠담(Potsdam) 광장에서 열린 공연 ‘The Wall’은 20만 명이 관람했고 전 세계에서 1억 명 이상이 시청했다. 앨범은 실황음반으로 발매되어 플래티넘 음반을 기록했다.


흰머리 청춘들이 부르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이제 유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90년대의 386세대는 50대의 머리가 하얀 청춘들이 되었다.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거리를 행진했던 떠꺼머리 청춘들이 귀밑이 하얗게 센 아재들이 되어, 우리 뒤에 올 새로운 세대를 위하여 기꺼이 역사의 문을 열어주는 충직한 문지기로 서 있다.


그대, 후회하는가? 나의 젊음과 청춘은 너무 허무했다고 생각하는가? 늦은 밤 거울에 비친 늙은 사람에게 아직도 낯설다고 말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만하면 잘 살았다. 나는 변화의 선봉이었으며 개혁의 중심에 있었으며 새로운 것에 늘 도전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나의 삶은 내일 더 멋지게 빛날 것이다.
괜찮다, 괜찮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모든 386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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