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절대낭만 Jonathan Feel Jan 11. 2019

블록체인은 질문이다

[블록체인 선언] (6) 좋은 질문이 미래를 만든다

질문은 변화의 시작이다. 묻지 않고서는 바꿀 수 없다. 묻지 않는 것은 무관심이고 포기다. 낡은 생각을 받아들이겠다는 무언의 행동이다. 삶도 질문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삶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왜 사는가. 


대신 물으려면 섬세하게 혹은 정곡을 찔러서 물어야 한다.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통해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진 셈이다. “왜 금융 의사결정을 중앙집권화된 소수에게만 맡기는가?”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근본 이유를 따져 묻는 벼락같은 질문이다. 금융 주권을 자각하자는 선동이기도 하다.


질문은 그래서 우리가 타인 그리고 세상과 이어지는 길이다. 

CNN 앵커 출신 프랭크 세스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질문을 하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흥미와 호기심이 표출된다. 속도를 늦추고 주의 깊게 듣고 더 묻자. 그러면 더 깊이 교류할 수 있다. 관심과 애정이 표현된다. 신뢰가 형성된다. 공감하게 되고 차이를 잇는 가교가 생긴다. 더 좋은 친구, 동료, 혁신자, 시민, 리더, 가족이 된다. 미래가 만들어진다.”


블록체인은 기술이지만 그 안에는 질문이 있다. 그 질문들을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인간과 세상을 연결한다. 네트워크로 사람, 데이터, 사물 등 모든 것을 연결하고 고도로 지능화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 블록체인이 핵심이라면 빠져서 안 될 것이 질문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낡고 닫힌 생각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과감하게 던질 수 있다.     


왜, 선택되지 않은 소수가 금융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대부분 이익을 독점하나? 

왜, 이익은 소수가 독점하는 데 실패에 대한 책임은 모든 사람이 지는가? 

왜, 정부와 금융기관만 ‘신뢰’를 확보하고 ‘화폐’를 만들고 ‘통제’하는가?

     

거칠게 말하면 중앙은행은 권력의 금고지기 노릇에 불과했다. ‘중앙은행 독립’은 듣기 좋은 구호이자 빛 좋은 개살구였다. 권력의 명을 받잡은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화폐 남발과 금융회사의 신용 부풀리기는 숱한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책임 분담은 엉뚱하게 분산됐다. 늘 언제나, 모든 시민 혹은 전 지구 인민의 고통으로 분산되는 기막힌 결과를 낳았다. 사토시는 이런 금융 체계의 불합리와 부조리에 반발해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회사 관여 없이 화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암호화폐는 앞선 질문에 대한 사토시의 답변이기도 하다. 혹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은행의 위기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다. 기존 법정화폐를 암호화폐가 대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암호화폐에 믿음을 줄 수 있을까? 

 

오늘날 자본주의 체계에서 ‘금융=화폐=돈’이다. 화폐 경제를 다시 생각해보자. 복잡한 메커니즘이다. 현대인은 거기에 옭아 매여 있음도 분명하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함의는 다양한 질문을 잉태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자명하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 좋은 질문은 때로는 사랑의 징표가 된다. 세상을 사랑하는, 그리하여 낡은 생각을 떨쳐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블록체인의 또 다른 역할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자에게서 자본주의를 구출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