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씨의 냉장고

by 박정아

10.

출근을 하고 업무를 보는 것은 가능했으나 무무 씨는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이럴 때 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어떤 지난함이 기다릴지 몰랐다. 며칠을 연속해서 일찍 퇴근했다. 일찍 퇴근하는 것이 어색해서 저녁밥을 직접 해먹어야하나 고민했으나, 그게 야근보다 더 힘들 것 같았다. 무무 씨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포장해 와서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전날 남은 음식이 있어서 더욱 여유롭게 집에 들어간 날이었다. 씻고 나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아, 저… 얼마 전에 왔던 사람인데요….”

기억난다. 저 목소리. 무무 씨는 문을 열었다. 빼꼼 열린 문사이로 검은 봉지가 전해졌다.

“저번에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 때는 경황이 없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안색이 안 좋으셨던 것 같아서… 귤을 조금….”

여자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무무 씨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전철역 근처 과일노점에서 한바구니 오천원하는 거예요. 작은 바구니요.”

여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음식은 어떻게 되었어요?”

여자의 미소 때문인지 무무 씨는 약간의 여유가 생겨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음식은 뭐… 당연히 못 찾았죠. 돈 물어줬구요.”

“네? 물어주다니요?”

“그게 그래요. 어쩔 수 없어요.”

계속 문을 열어 놓기에는 약간 추웠다.

“저,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잠시 들어오시겠어요?”

“아, 시간은 괜찮은데… 들어가도 괜찮으시겠어요?”

여자는 검지손가락으로 문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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