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씨의 냉장고

by 박정아

11.

글쎄. 서로가 무슨 신뢰였을까? 여자는 무무 씨의 작은 원룸으로 들어왔고, 무무 씨와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그리고 여자는 얼마 전에 (무무 씨의 친구가 왔던 날) 무무 씨의 집에 음식을 배달한 적이 있어서 같은 집이라고 착각하여 윗층에 배달해야할 음식을 무무 씨 집 앞에 배달했다는 것과, 라이더가 배달을 잘못하면 손님은 주문을 취소하고 환불받는데 라이더가 그 음식 값을 지불하는 것이며, 무무 씨를 찾아왔을 때는 이미 환불해준 상태에서 음식을 회수하러 온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회수한 음식은 원칙적으로 폐기처분 하라고 하지만, 라이더가 돈도 지불했기에 여유 되는 시간에 먹기도 한다고 했다. 근데 여자는 오배송도 처음이고 먹지도 못했다고 했다. 자신은 알바 출퇴근 시간에 틈틈이 자전거로 배송하기 때문에 배송건수가 많지 않다는 말과 함께.

“음식이 뭐였어요?”

무무 씨가 물었다.

“전복죽이요”

“아…”

무무 씨는 아무 상관도 없는 전복죽인데, 괜히 당황했다.

“그럼, 누가 가져갔는지 아셨어요?”

무무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물었다.

“모르죠…. 이런 오배송 사건은 주문자랑 고객센터랑 저밖에 모르거든요. 그럼 주문자가 제일 의심스럽지만, 주문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는 거죠.”


얘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인지, 전복죽의 여운인지 무무 씨는 갑자기 목이 말라서 냉장고를 열었다. 크지 않은 냉장고에 보통 생수와 맥주가 전부인데, 꽉 차 있는 느낌이다. 어제 포장음식 남은 것. ‘아 저게 있었지…’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아니… 뭔가 색깔이…’ 탁한 노란색이면서 의외로 입맛을 돋우어 주는 무언가에 무무 씨의 두 손이 저절로 향한다. 겸허히 받들 듯 모은 두 손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면서 ‘전복이랑 전복 내장까지 넣은 거구나’ 무무 씨는 저절로 깨닫는다.

“저어, 혹시… 전복죽 드실래요? 아니, 전복 내장죽인가….”

“네에?”

“그러니까, 그게… 냉장고 안에 죽이 있는데, 저녁식사 안하셨으면 조금….”

거짓말이 아닌데 무무 씨는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다. 빠르게 그릇을 내놓고 전복 내장죽을 던다. 자세히 물으면 어쩌지 잠깐 고민했지만, 여자는 전복죽의 색깔에 신기해하면서 맛있게 먹는다. 무무 씨도 덩달아 맛있게 먹는다. 후식으로 여자가 사온 귤을 나눠먹는다. 이렇게 단출한 차림이 이렇게 만족스런 식사가 되다니…!

“그날, 제가 먹지 못한 전복죽보다 훨씬 맛있는 전복죽을 먹었네요! 제가 소동을 피워 죄송한 마음에 찾아온 걸음인데, 이렇게 대접을 받다니… 감사합니다!”

여자는 처음 문사이로 귤 봉지를 내밀 때와 같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도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네?”

“네? 아, 귤이요. 귤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그렇다. 이제 냉장고는 무무 씨 한명을 위한 죽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죽을 마련한다. 무무 씨는 오히려 여자에게 대접을 받은 것이다.

잠자리에 들면서 무무 씨는 마음이 약간 이상하다. ‘배신감은 아닌데…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죽은 좋다! 나눔이라는 것, 함께 먹는다는 것이 따뜻한 죽 한 그릇 만큼 따뜻한 거구나… 근데, 저 냉장고가 전복죽도 만들 수 있었다니… 만드는 게 아닌가? 어쨌든 전복 내장죽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무 씨의 냉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