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씨의 냉장고

by 박정아

12.

무무 씨의 집 근처에는 편의점이 두 군데 있다. 좀 더 걸어가면 대로변에 더 많은 편의점이 있지만, 무무 씨가 주로 사는 물품이 생수와 캔 맥주 인지라 가까운 곳을 이용했다. 맥주 종류는 다르더라도 세일을 번갈아 했기 때문에 편의점 두 곳을 구분이 없이 다녔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급히 ‘상자’를 구할 수 있었던 편의점을 점점 더 자주 가게 되었다.

요즘 무무 씨는 머릿속 생각들을 입 밖으로 곧 잘 말하게 되었다. 여전히 아닐 때가 더 많았지만, 상자 생각만 하다가 상자를 구하게 된 뒤로 그 횟수가 늘었다. 식당에서도 처음에 주는 대로 먹다가, 부족한 반찬 몇 가지를 더 부탁하고서는 늘 남기던 밥을 한 공기 다 먹게 되는 일도 생겼다.


몇 번 구매하였던 편의점 도시락 중에 한번 먹어봤으니 됐다싶은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무무 씨 입맛에 맞는 것도 하나 있었다. 근데 그 도시락이 무무 씨가 편의점에 갔을 때 늘 있지 않았다. 없는 날은 그냥 나오기 미안해서 컵라면, 물, 캔 맥주를 번갈아 샀다. 먼저 도시락 코너로 갔다가 ‘어, 없네…’ 하고 방향을 틀어 물을 사는 식이었다.

“뭐, 찾으시는 것 있으세요?”

도시락 옆 유제품을 진열하고 있던 직원이 물었다.

“네? 저요?”

“네. 없다고 하셔서요….”

“아… 그게…”

“저, 혹시… 저번에 상자…”

“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상자 주신 분이시네요! 그 다음에 제가 다시… 그러니까, 그 다음 주 토요일에 왔었는데 다른 분이 계시더라구요.”

“아, 그 때가 주말 알바는 마지막 날이었어요…. 평일 근무 자리가 생겨서요. 주말 이틀만 하는 것보다 평일 5일이 나은 것 같아서요….”

“그러셨구나….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그 때 못했던 인사를… 그 때 상자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니에요, 그냥 있는 상자 드린 것뿐인데요. 근데, 아까 뭘 찾으시던데….”

무무 씨는 도시락 얘기를 했고, 직원으로부터 도시락을 예약 주문하는 방법을 안내 받았다. 편의점 앱을 통해 원하는 도시락을 원하는 날짜와 시간, 원하는 지점으로 예약 주문을 하면 찾을 수 있다는 거였다. 아… 무무 씨는 앱이 싫었다. 주변 사람들이 불편할까봐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쓰기는 하지만, 무무 씨가 쓰는 기능은 많지 않았다. 정보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다. 알면 알수록 복잡했으니까.


“이제 다 됐어요. 지금은 밤이니까, 이틀 후 도시락부터 예약할 수 있어요. 오전에 예약하시면, 바로 다음 날 저녁 도시락도 예약할 수 있을 거예요.”

“아…”

어느새 무무 씨의 휴대폰에 새로운 앱이 낯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침 이번 달 가입하셔서 도시락 할인 쿠폰 2장 발급되었네요.”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쿠폰은 사용해야 겠구나….’ 무무 씨는 생각했다.

“주문하실 때, 쿠폰 적용하시고 결제 금액 확인해보세요.”

“네네, 감사합니닷!”

무무 씨는 흠칫 놀랐지만, 꾸뻑 인사를 하고 편의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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