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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옥 Aug 19. 2021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게요

잊지마세요. 받았던 사랑을

부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사랑하고 싶으니까 사랑하십시오. 주고 싶으니까 주십시오. 꽃은 피어야 하니까 피는 거지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니까 피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살고 싶으니까 살고, 사랑하고 싶으니까 사는 겁니다.(p.102)



위 문장을 읽으며 움찔했습니다. 사랑한 만큼 사랑에 대한 보답을 받고 싶었습니다. 정성을 쏟으면 당신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밥하고 설거지 했으니 치우는 건 당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밥 먹고 곧바로 소파에 드러눕는 그가 미웠습니다.

 


며칠 동안 늦게 퇴근하는 나를 대신해 저녁 준비하고 설거지 한 사람이 그인데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받을 때의 고마움은 잠깐이고 속상함은 길어지더군요. 안타까운 일인데 말입니다. "보답을 바란다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p.102)"는 말이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그에게 받은 사랑을 잊어버리고 그에게 받지 못한 것만 기억하니 금새 불행해졌습니다. "꽃은 사람들이 예쁘다고 피는 게 아니라"라는 말이 맞습니다. 피어야 하는 시기이니 피었던 겁니다. 조건을 바라고 피었던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마음은 조건을 바란 사랑이니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입니다.



보답받기 위해 뭔가 해주는 일은 오히려 불행을 불러오는 일입니다. 보답을 바라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마음을 내주는 일이니까요. 매일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려고 용쓰다 찌질해지는 나를 만나는 일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혼자 유치한 생각에 투덜투덜 설거지 하다가 뽀드득 깨끗해지는 그의 밥그릇을 보면서 반성합니다. 그의 밥그릇을 씻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문득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밥그릇을 씻는 건 그와 함께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지 않습니까? 혼자였으면 외로웠을 시간에 함께했기에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손길을 받으며 위로받았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상기합니다. 곁에 있어 누릴 수 있었던 행복도 재생합니다. 혼자라면 외로웠을 저녁, 그가 있어 든든했다는 걸 놓쳤습니다.

 


우린 너무나 자주 망각의 강을 건넙니다. 어제만 해도 그가 해주었던 일들에 감동하며 더 사랑하겠다던 마음이 짧은 한순간에 무너지다니 말입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천하를 얻을 수"있다는 말처럼 바라지 않는 일은 마음의 천국을 만드는 일입니다. 사랑했다면 바라지 않아야 합니다. 사랑에 온전히 빠져들고 사랑하는 일에만 마음을 주어야 합니다. 속상함은 바라는 마음에서 생기니 말입니다. 오늘도 더 사랑하기 위해 바라는 마음을 쓰레기통에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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