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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옥 Sep 27. 2021

깨닫는 건 변화의 시작이다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자신들에게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 100일 동안 각자 한 가지 미션을 정해 꾸준히 해 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요."



동학의 제안이다. 100일 미션을 생각하며 '매일 글쓰기를 다시 할까? 세줄 일기 할까? 필사할까? 운동할까?'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목표가 매일 30분 운동이다. 실은 열거한 고민 중 가장 하기 싫은 게 운동이다. 필요성은 절실한데 마음먹고 실천하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기도 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 밥 먹고 늘어지기 일쑤다. 운동만큼은 절박하지만 가장 피하고 싶었다.



피하고 싶지만 제일 우선이 운동인지라 강제적으로 100일 동안 운동하기를 정한 후에도 '100일 동안 해야 하는데 조금 더 쉬운 걸 할 걸 그랬나?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하는데 무리는 아닐까? 100일 동안 하루라도 빠지지 않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할 걸 그랬나?'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들끓기 시작했다. 결정과 동시에 흔들린 마음이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미션 목표가 달라질 것 같아 가톡 창에 "매일 30분 운동"을 적고 서둘러 카톡방을 빠져나왔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운동하면서 시청할 프로그램을 고르기 위해 노트북을 열어 TVING에 접속했다. 검색창에 책과 연관된 단어를 검색하자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가 단박에 들어왔다. "들어는 봤지만 읽지는 못해서 궁금했던 책만 골라서 대신 읽어드립니다"라는 부제가 썩 마음에 들었다. 첫 시청 책 제목이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라는 책이다. 독서 리뷰 해주는 이는 임상심리학자 김태경이다. 책 내용을 설명한 다양한 예와 세련된 책 내용 설명은 꽤나 흥미로웠다. 핵심을 파악한 그의 논리 접근 방식이 흡입력 있어 강의에 흠뻑 빠져들였다. 30분 목표로 시작한 운동이 훌쩍 한 시간을 넘을 정도로 몰입한 시간이었다. 1시간 강의가 끝나자 운동도 끝이 났다. 달리고 나자 기분 좋게 땀이 났다. 첫 목표인 30분을 거뜬히 달성했고 덤으로 30분 더 걸었다. 목표를 채운 것도 기분 좋음이지만 덤으로 함께 시청한 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높아 행복한 미션 1일차였다.



실은 처음 미션을 제안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과 미뤄내고 싶은 마음 안에서 갈등했다. 글쓰기 100일 미션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보상으로 더 쉬어도 된다고 생각했고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편안함을 깨끼 싫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당분간은 나태하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변명거리를 만들어 내는 중이었다. 이런 나를 알았다는 듯이 꺼낸 동학의 제의를 보고 아차 했다. 그동안 바쁘게 산 만큼 일상의 만족감이 컸던 시간을 금세 잊어버렸다. 성취지향형인 나는 목표를 정하고 이뤄나갈 때 짜릿한 쾌감을 맛본다. 결정이 쉽지 않지만 막상 결정하면 목표지점을 향해 성실하게 달려가는 장점이 있다. 단, 맘먹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게 함정이다. 이런 모습이 싫어 자책할 즈음 김태경 강연자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맞춤 강연처럼 들려줬다.



그녀는 말한다. "깨닫는 건 변화의 시작이다. 우리 뇌는 익숙한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적절하지 않은 행동임에도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게 뇌의 성질이다.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러 고집부리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을 쉽게 하지 못한다. 뇌는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잘 살아왔으니 새로운 환경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뇌는 극구 거부한다. 하지만 뇌는 결국 큰 거를 잃고 나서야 고집을 꺾고 새로운 행위를 시작하려는 변화를 시도한다." 그녀는 다시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변화하고 싶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면 그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니 변화를 위해 스스로를 동기화시키길 당부한다. 본인에게 줄 보상을 정해둔다면 뇌의 고집을 꺾을 수 있다는 힌트도 주었다.



100일 운동 하려는 결심도 한때 건강하지 못해 겪었던 불편함 때문이었다. 자주 감기에 걸렸고 소화불량과 잦은 두통으로 힘든 일상을 보냈던 시간이 있었다. 아프고 나서야 건강이 제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운동을 위해 워킹 패드를 샀다. 처음 몇 달 간은 열심이던 운동이 어느 순간 조금씩 늘어지기 시작했다. 일주일 매일 하던 운동이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길어졌다. 건강을 잃으면 그 무엇도 소용없음을 알았음에도 시간이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혔다. 편안함에 쉽게 무너졌다.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나를 잡아준 100일 미션이다. 덕분에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는 쉽게 지칠 일을 함께라 가능한 미션이다. 함께라는 장점은 서로 자극받으며 용기를 주는 거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면 그것이 변화의 첫걸음"임을 당부해준 임상병리학자 김태경 말처럼 새롭게 시작된 변화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다시 시작된 나와의 싸움에서 무너지고 싶지 않다. 100일 미션으로 운동이 일상화되도록 스스로에게 당부한다. 뇌가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100일 후의 모습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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