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옥 Jan 18. 2022

8남매 중 막내입니다

『친밀감』


"우리가 만일 서로에게 진정으로 주의를 기울이면, 시간이 가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느끼는지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말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느낌을 알게 되고, 때로는 그들이 자신의 느낌을 알기도 전에 먼저 느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친밀감』







"그룹 페이스톡 해요"



언니들과 함께하는 가족 톡에 알람이 울렸다. 수락을 누르자 둘째 언니와 다섯째 언니 얼굴이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는 곧장 웃음이 터졌다. 서로 민낯이라며 웃었고, 화장하면 조금 더 이쁘다는 소리에 웃었고,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면서 웃었다. 손동작 하나하나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웃음 폭탄이었다.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우린 깔깔거렸고 웃음소리에 웃음이 더해지면서 배꼽을 잡고 자지러졌다. 20분 동안 우리 대화는 "잘 지내냐?"가 전부였다. 하도 웃어 배가 아프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닦아내느라 손뼉 치느라 핸드폰을 자주 바닥에 떨어뜨렸다.



한번 터진 웃음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쉽게 멈추지 못했다. 웃음이 진정되지 않자 강제적으로 통화를 끊어야 할 정도였다. 다시 벨이 울리자 마음을 다잡고 수락을 눌렀다. 잠깐 사이 핸드폰 화면에 언니들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8남매 중 딸들만 있는 여섯 자매 톡방이다. 큰언니가 들어오고 넷째 언니가, 셋째 언니, 다섯째 언니까지 모두 들어오자 완전체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 모임이 중단된 지 2년 만에 본 언니들이다.



그동안 나누지 못한 말들을 표정만으로 알 수 있는 여섯 자매지만 안부 인사를 나누는데도 한참 걸렸다. 서로에게 전할 말은 많은데 영상이다 보니 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 사람씩 손들고 발표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새해를 맞이해 큰언니 덕담이 이어지고 뒤이어 둘째 언니, 셋째 언니, 넷째 언니, 다섯째 언니 이야기가 이어졌다. 8남매의 막내라 제일 마지막 순서가 왔고 언니들 얼굴을 보다 울컥 가슴이 뜨거워져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만 보고 있어도 좋은 언니들을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중단되어 2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보지 못한 사이 세월의 흔적이 언니 얼굴에 비껴가지 않아 속상했다. 주책없이 훌쩍거렸다.



페이스톡을 중지해야 하는데 먼저 나가는 사람이 없다. 나갈 인사만 십 분 넘게 하다 안 되겠다 싶어 연장자부터 차례대로 나가기로 했다. 제일 먼저 큰 언니가 나가고 다섯째 언니까지 퇴장하자 마지막엔 나만 남게 되었다. 언니들이 모두 사라진 화상방에 불이 꺼지자 갑자기 적막감이 밀려왔다.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마치 먼 옛날 일인 양 싶었다. 갑자기 조용해져 언니들이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했다. 우주 한 복판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진 느낌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언니들을 영영 만날 수 없다면 어떡하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준 언니들이다. 어쩌면 엄마가 돌아가실 때보다 더 많이 울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사 중입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