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남겨진 사람들이 먼저 퇴사하여 이직하거나 새로운 무대로 진출한 동료들이 나타날 때마다 하는 말이다.
이런 말이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회사에는 솔직히 말해 미래가 전혀 없다.
퇴사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흔히 쓰이는 용어가 되어 그 무게가 퇴색되었으나, 사실 어지간하면 결심하고 쉽게 실행할만한 일이 아니다. 취업시장이 호황이든 불황이든, 당사자가 뛰어난 능력자건 아니건, 우리나라 문화에서 퇴사라는 것이 아직은 불편한 놈이긴 하다.
그러나 지능순 운운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 번째는 정말로 그만두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회사를 다니던 시절 인정받거나 우수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부적응자, 능력이 부족한자가 퇴사를 하는 경우가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본인의 능력을 보존하고 개발하거나 변화시켜 이직에 성공하거나 아니면 대학원 진학, 창업 결단 등 박수쳐줄 만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수 인재의 유출은 회사에게 당연히 손실일 뿐만 아니라, "저런 사람들이 남아있고 싶지 않은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유발하므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나 사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두 번째는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문화가 정말로 불합리하고 짜증 나는 것들로 점점 가득 차고 있다는 뜻이다.
계속 비가 오는데 우산을 쓰지 않고 밖을 거닐면서 쫄딱 젖어가는 것, 신발 안에 작은 돌조각이 들어가서 발바닥이 쿡쿡 찔리는데도 그냥 걸어 다니는 것, 앞니에 김이나 고춧가루가 듬성듬성 끼인 채로 중요한 회의나 발표에 들어가는 것, 다 어떻게 보이는가?
"퇴사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오는 시점에서 계속 남아서 일하는 직원들의 마음도 위의 상황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쁜 문화와 분위기에 자신의 멘털과 존엄성에 생채기를 입히면서 계속 남아 일하는 것에는 물론 나와 가족의 생계 같은 현실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하지 못해서 기분 나쁘겠지만 자연스럽게 '지능이 낮은 축'으로 점점 분류되는 자신을 방치하는 것은 마음이 죽어가게 놔두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92일 뒤 나는 퇴사할 것이다.
퇴사 행렬이 이어지는데도 "퇴사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조직도 물론 있다.
그리고 퇴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월급이 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마음은 힘들겠지만 경력도 쌓이기는 쌓여간다. 그러나 마음이 죽어가는 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소위 말하는 '돈 버는 기계'가 되는 길이다.
퇴사에 성공한다고 해서 IQ가 100이었던 것이 150이 되거나, 남겨진 사람들의 IQ가 100에서 80이나 70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메타포일 뿐이니까.
하지만 메타포는 내포된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던가?
퇴사가 지능 순은 아니다. 남아있는 당신이 멍청하거나, 떠난 저들이 똑똑한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퇴사는 지능 순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기 시작한다면, 진지하게 이직이나 다른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당신의 마음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