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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성이 밝은 것은 정말로 보기 좋고 회사생활에 플러스가 되는 소양이다.
그러나, 인사로 인해 상당히 중요한 것들이 왔다 갔다 하는 회사는 나올 준비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신입사원 시절, 약 50여 명이 일하는 본사 7층을 순례하며 모두에게 아침인사와 퇴근인사를 했다.
낯가림도 잘 없고, 인사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므로 "복사기나 정수기한테도 인사하라"는 선배의 유머 섞인(?) 조언에 따라 열심히 인사하고 다녔다.
그러나 이는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귀찮아지게 된다. 본부 직원들에게 모두 인사하던 것이 언젠가 같은 실 직원들에게만 나누게 되고, 결국에는 같은 팀원들에게만 아침인사를 하는 일반적인 형태로 귀결되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테이블을 같이 쓰는 짝꿍이나 주변인들에게만 인사하는 경우도 많다.)
인사를 돌리는 것이 싫어 남들이 정시 출근하기 이전 1시간, 2시간을 더 일찍 나와 꼭두새벽에 몇 없는 상사들에게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내 앞이나 뒤를 지나가는 직원들에게만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또는 아예 2~3개 층을 쭈우욱 돌면서 모든 본부원들(100여 명)에게 인사를 올리는 부장님도 보았다.
즉 위의 부장님이 보기에는 꽤 많은 직원들은 '인사성 없는' 사람으로 보여도 뭐라 할 말이 없다.
결국 인사성은 일정 수준만 넘어서면 상대적인 것이며,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똑같은 인물을 마주치더라도 꾸벅하는 목례, 허리를 조금 숙이는 인사, 낭랑한 목소리로 건네는 인사,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인사 다양한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인사가 인물평에 지나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일이 꼬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사를 안 하는 신입사원이 있다. 선배인 당신이 지나가도 본체만체한다. 기분이 언짢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열심히 인사하는데도 들은 채만채 무시하는 상사도 있을 것이다. 계속 그러면 짜증이 난다.
그런 것들은 결국 인물에 대한 이미지나 하마평에까지 손을 뻗게 된다. 싹수없는 놈, 대하기 거북한 꼰대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들이 일을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이룩했고 이런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진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정말 문화권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서로 간의 인사가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를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수도 없이 목격하고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91일 뒤 나는 퇴사할 것이다.
인사는 미덕이다. 의심의 여지없다. 나도 인사성이 밝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그것을 강요하는 문화가 형성되거나, 단순히 인사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기분 나빠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당신이 꼰대가 되어가고 있거나 조직문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인사는 미덕이지만, 인사하지 않음을 죄악으로 여기는 회사는 오래 머물지 않기를 추천한다.
종박의 퇴사까지 앞으로
D-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