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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기회는 꼭 공평해야 할까?
입사 초기에 주어지는 기회는 공평해야겠지만, 점점 갈수록 스스로 기회를 발굴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업무 능력이 뛰어나거나 평가가 좋은 사람에게 성과창출의 기회가 몰리게 되어있다.
입사 직후에는 해당 직원에 대한 정보가 모자라다.
고작해야 이력서에 적어서 낸 사항들, 전공 학과, 인턴 이력, 외국어 능력 정도만이 보일 뿐이다.
결국 일은 시켜봐야 안다. 따라서 신입사원일수록 기회를 공평하게 많이 주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포텐셜을 발굴하거나 육성의 방향성을 잡기에 좋다.
그러나 오직 학과만으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학과에 대한 과대해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업무를 떠안게 되는 회사도 있다. 결코 좋은 회사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술 더 뜨는 회사가 있으니, 엉뚱하게 공평함을 억지로 추구하는 회사다.
영어를 잘하는 김 과장, 사업개발 논의차 미국과 멕시코를 다녀왔다. 학회도 일정에 맞아 참가했다.
이듬해가 되어 상반기 학회에서 초대장이 왔고, 김 과장은 이를 보고하여 다시 미주를 둘러보려 했다.
그러나 팀장은 "작년에 네가 다녀왔으니, 올해는 다른 애를 보내자, 공평하게"라고 말한다.
바로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연속성이 필요한 업무임에도 '해외에 나간다'는 것이 마치 업무가 아닌 포상이나 휴가라는 식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그 팀을 찾아보니, 김 과장 이외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없다. 최대리도, 윤 차장도 자신 없다고 한다.
그러나 팀장은 기어코 윤 차장을 미주에 보낸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김 과장이 다시 갈 일은 없었다.
특정 역량이나 경험을 축적한 자가 관련 업무 기회를 잡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새로운 누군가나 어린 직원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면, 함께 일을 시켜 후임 양성 식으로 육성하면 된다.
엉뚱한 곳에서 공평함을 밀어붙이는 것은, 업무에 대한 철저한 몰이해와 꼰대 의식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89일 뒤 나는 퇴사할 것이다.
기회는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공정함만을 찾다 보면 그것은 공산주의, 사회주의일 뿐이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추구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 아래에서 운영되는 회사라면 엉뚱한 공평함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식으로 몇 번이나 적절한 인력은 낭비되고, 부적절한 인력을 억지로 끼워 넣느라 그르쳐지는 프로젝트를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인재 등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실패할 경우 피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첫 번째는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인원이 낭비되며, 해당 업무가 소정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두 번째는 엉뚱한 인력을 배치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되면서 일을 꼬아버린다.
혹시 "이번엔 저 친구 차례지"라는 식으로 풍선게임, 시소게임과 같은 이미지를 당신에게 심어주는 회사라면, 진지하게 퇴사하는 것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종박의 퇴사까지 앞으로
D-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