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몸
나는 감정의 폭풍을 억제하지 않고,
그것과 함께 안전하게 머무는 법을 배워간다.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을 때,
내 가족도 더 안전해진다.
명절이 다가오면 몸이 이상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미식거린다.
머리가 어지럽고, 심지어 손끝이 차가워지기도 한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몸이 먼저 겁을 먹는다.
처음에는 이 느낌이 낯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알게 되었다.
이건 나의 ‘기억하는 몸’이 보내는 신호라는 것을.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쌓여온 것 같다.
모두가 모이는 명절, 모두가 웃는 그 날에
나는 오히려 더 불편하고 위축되었다.
누군가는 예민하다 했고,
누군가는 왜 그리 말이 없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눈치를 보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몸을 굳히며 버텼다.
돌이켜보면,
그 명절은 나에게 ‘기억된 위험’이었다.
나는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아이였다.
지금도 명절이 다가오면
내 몸은 그때의 감정을 떠올린다.
"조심해, 긴장해, 또 아플 수 있어."
몸이 나를 지키려는 듯 긴장한다.
그 느낌은 마치 그때의 나,
작고 조용한 아이가 내 안에서 몸을 움츠리는 모습 같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 나는 그 아이를 알아보고,
그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다.
“괜찮아, 이제 내가 너를 지켜줄게.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
몸이 아픈 건, 그저 오래 참아온 슬픔이었을 뿐이야.
너의 몸은 잘 작동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너를 사랑해.”
명절이 다가오는 요즘,
나는 다시 한번 내 안의 아이를 안아준다.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를,
조금이라도 편히 숨 쉬기를 바란다.
이제 나는 안다.
내 몸의 반응은 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지키는 강함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