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아이
첫 유산을 하고 3개월 정도의 기간은 임신 생각 없이 지냈다. 미뤄두었던 건강검진도 하고, 습관성 유산 검사도 받았다. 습관성 유산 검사는 보통 유산을 3번 정도 연달아 경험했을 때 권유되는 검사인데, 만약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거라면 다시 같은 일을 경험하기 전에 알고 싶었다. 남은 임산부 바우처 금액을 사용해 진행했고, 다행히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에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일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 다가왔다. 남편과 나 둘 다 업무량이 많은 편이다 보니 연말 여행에 가면 푹 쉬면서 다시 임신을 계획해 보자 얘기했었다. 실제로 여행에서 다시 아이가 생겼고, 그렇게 두 번째 임신을 맞이했다.
나름 경력자라고, 이번에는 마음이 한결 차분했다. 집에 임신 테스트기가 5개 정도 남아있었는데 초반 확인용으로 몇 개만 사용했다. 병원 진료도 5주를 넘기고서야 받으러 갔다. 다만, 지난번에 다녔던 분만 병원은 좋지 않은 기억뿐이라 다시 가고 싶지 않았기에 거리가 조금 멀어지더라도 다른 병원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째 임신은 아주 평이하게 흘러갔다. 피고임 같은 문제도 없었고, 아이도 주수에 딱 맞게 건강히 성장해 갔다. 다만 난소 방향에 물혹이 발견되었는데 보통 임신하면 호르몬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고 하여, 출산 후 다시 체크해 보기로 하였다.
다시 찾아온 아이, '깜보'
원래 남편과 내가 2024년 연말 여행지로 점찍어 두었던 곳은 캄보디아였다. 특히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꼭 보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임신으로 여행의 테마가 '태교'로 바뀌면서, 결국 베트남 다낭에서의 8박 일정을 짜두었다. 그런데 유산이 되었고, 혹시나 우울감을 느낄까봐 좀 더 활동적인 여행이 좋겠다 싶어 캄보디아를 경유하는 일정으로 바꾸었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캄보디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아기가 생기면 '캄보'를 인용해 '깜보'라는 태명을 지어주자고 얘기했었다. 태명에 센 발음이 들어가면 아이가 건강하다는 속설도 있다고 들었기에, 그런 바람까지 함께 담았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다시 새 생명이 찾아왔고 우리는 예정했던 대로 '깜보'라는 태명을 붙여주었다.
불안을 씻어낸 우렁찬 심장소리
내가 지난번 유산 때문에 불안해할 거라 생각하신 의사 선생님은 안심되기 전까진 2주에 한 번씩 진료를 보자고 하셨다.(보통은 4주에 한번 진료를 본다. 보험처리도 이 기준으로 적용된다.) 지난번의 기억 때문에 매번 진료 시간이 다가오면 불안감이 엄습했고, 진료 의자에 앉으면 불안한 마음 때문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러던 7주 차 진료 날, 마침내 주수에 딱 맞는 우렁찬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속이 다 시원해지면서 불안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임신과 입덧 동지
이번 임신은 확실히 첫 임신 때와는 달랐다. 6주가 넘어가니 슬금슬금 입덧이 시작되었다. 잔잔하게 찾아오던 입덧은 점점 심해졌다. 그리고 '쿠바드 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가 입덧하는 현상을 이르는데, 어느 날부터 남편도 메스끄러움과 구토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처방받은 입덧약을 20주가 가까이 함께 먹으며 버텼다. 남자의 입덧은 '진정한 가장이 된다는 압박감과 긴장감' 혹은 '변화를 겪는 아내'에게 이입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증명된 바는 없다고 한다. 남편도 나와 같이 큰 변화를 겪고 있구나 싶어서 동질감이 드는 한편, 괜히 같이 고생하네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
배뭉침과 응급분만실
나름 평온히 흘러가던 임신 중기, 시부모님 결혼 40주년을 기념해 시댁 식구 다 같이 대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시댁 식구들을 좋아해서 자리가 불편하진 않았지만, 이왕 간 거 제대로 즐기려다 보니 매일 2만 보씩 걷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게다가 까다로운 입맛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좀 고생하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첫날 새벽, 갑자기 잠에서 깼는데 배가 계속해서 뭉치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으로 검색해 보니, 5분 이내 간격으로 뭉침이 반복되면 병원에 가보라는 내용이 있었다. 시간을 재어보니 정말 짧은 간격으로 뭉침이 반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새벽 5시쯤, 자고 있던 남편을 황급히 깨웠다. 비몽사몽 한 남편이 단순히 '오늘 병원에 간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눈감은 채 '알겠다'라고 대답하자,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무서운 마음에 울음을 터뜨리며 '지금! 응급실 갈 거라고' 다시 힘주어 얘기했다.
결국 급하게 다니던 분만 병원에 전화해 상황을 알리고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해 1시간 정도 수축 검사를 받았는데, 갈수록 기계에는 잘 잡히지 않는 미세한 뭉침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당직 선생님은 자궁도 근육이라 무리하고 나면 그럴 수 있다며, 불안하면 병원에 머물고 아니면 집에서 지켜보라고 하셨다. 안도감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연차를 내고 푹 쉬었다. 남편은 바로 출근 준비를 해서 나섰는데, 피곤해 보여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인생 최대 몸무게
입덧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0주를 바라보는 지금 임신 전 보다 10kg(첫 임신 때 찐 것까지 15kg) 증량된 상태이다. 여고 시절 60kg를 찍었던 게 내 최대 몸무게였는데 어느덧 가뿐히 돌파해 있었다. 가슴도 두 배는 더 커진 것 같고, 팔뚝이나 허벅지 등 전체적으로 확대된 것 같다. 특히, 커진 가슴 때문에 속옷도 매번 다시 구입해야 하고 커진 가슴이 배를 누르기도 해서 정말 많이 불편하다.
살이 너무 쪘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이 '그대로다'해서 정말 그런가 하고 믿고 있었다. 29주쯤이 배가 가장 동그랗게 예쁘다고 해 만삭 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에 다녀왔는데 남편과 덩치가 비슷해져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날씬한 임산부가 되는 게 로망이기도 했는데, 이번엔 글러먹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