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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Dec 08. 2021

사 탕 두 알과 맞바꾼 김밥 두 줄

저녁거리로 김밥을 해달라는 딸의 주문에 아랫목에  누웠다가  장을 보려고 부스스한 머리 눌러가며 집 밖을 나서는데 옆집 꼬마 아이와 마주쳤습니다. 옆집 꼬마 아이는 이제 5살입니다. 올초 3월에 여자동생이 생겨서 한창 말썽을 부릴만한데 그런 기미는 없더라고요. 머리를 뽀글 파마를 한 귀여운 남자아이랍니다.


“안뇽하떼요. 제 가방 이쁘지요?“


저를 보자마자 대뜸 가방 자랑을 하는데 너무 귀여워서 아이고 이쁘다~~를 연발했더니 이 녀석이 기분이 좋았는지 가방에서 아끼는 사탕 두 개를 꺼내서 저를 다 주는 거예요. 꼬마 녀석이 주는 사탕이 어찌나 기분을 상쾌하게 하던지 집에 와서 김밥 싸는 김에 두어줄 더 말아서 옆집 가져다줬습니다.


김밥 나눠먹고 정작 나는 밥을 먹기도 전에 배가 부릅니다. 음식을 흔하게 나눠먹던 저의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달라서 아니 너무 달라진 코로나 시대라 제가 나눈 김밥이 꺼려졌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꼭 그 아이에게 제가 만든 음식을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엄마와의 추억이 아예 없지만 딱 한컷 예쁜 추억 하나 생각이 납니다. 봄이었을 텐데 손이 컸던 엄마가 웬일로 부침개를 부쳤던 날이었던 가봐요. 쟁반 여러 개에 전을 담아서 이 집 저 집 나눠먹는 일에 제가 심부름을 했었거든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쟁반 위에 놓인 부추전이 젖을세라 호박잎을 얹어서 골목 안을 뛰어다니며 심부름을 했었는데 아뿔싸, 배달 실수가 한 곳 벌어졌었어요. 시골 아주머니들 호칭이 비슷비슷하면서도 어린 저한테는 암호 같았는데 집에서 꽤 떨어진 석골댁 아줌마에게 부침개를 가져다주라길래 평소에 엄마와 친한 분이 아닌데 여길 가져다주라는 건지 의아함이 들면서도 심부름을 갔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못 배달된 거였더라고요. 어쩐지...전이 담긴 쟁반을 받아 든 아주머니가 의아한 얼굴로 저에게 되물으셨었거든요.

"너희 엄마가 갖다 주라고 혔다고?"


석골 덕, 순 동리 덕, 또 뭐더라? 옆구다리덕...아무튼 지금은 기억나는 아주머니들의 호칭이 두어 개 밖에  없지만 꽤 많은 암호 같은 호칭으로 불리던 이웃들이 부침개 하나 호박죽 한 그릇도 정스럽게 나눠먹던 시절의 추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지금은 어디 그럴 수 있는 시절인가요.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남이 준 음식 섣불리 받아먹으라 하기엔 좀... 무리인 시절이죠. 반갑게 받아주는 새댁한테 제가 오히려 고마웠다니까요. 아이 먹을 음식이라 싱겁게 아주 싱겁게 시금치 일부러 더 많이 넣고 말았는데 꼬마 아이가 잘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꼬마에게 그런 경험이 생겼을지도요.

‘옆집 아줌마에게 인사를 잘하면 자다가도 김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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