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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Nov 20. 2020

살리는 연습


반년동안 전도유망해보이던 식물집사의 역할에 신이 나 있던 제가 어제 처음으로 고개를 푹 수그렸습니다.


겨우 3일... 새로 들여온 동백이와 사계장미에 맘을 빼앗긴 사이, 큰 화분 뒤에 잠깐 밀쳐둔 화분 두개가 고개를 푹 수그리더니만 비글비글 죽어버렸어요.
리시안셔스가 고개를 수그려서 크게 낙망했는데 더 큰 충격은 잘 죽지않는 무늬호야가 과습으로 온 잎을 모두 떨궈버렸다는 거였습니다.

물도 조심히 줬다 생각했는데 한 사나흘 이 두 화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물만 부어줬던 기억이 납니다.

물도 한꺼번에 와락 붓지 말아야 하거든요. 원두커피 드립 하듯이 조금씩 부어 땅에 스미는 정도를 확인한후 또 물을 내려줬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어요.

흙이 바짝 마른후에 물을 다시 줬어야 하는데 겨울이라 흙이 잘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부주의하게 물을 많이 준게 큰 과실입니다. 식물들이 과습상태로 무른병에 걸린겁니다.

화원 사장님과 상의후에 꽃대를 과감히 자르고 거실 안으로 들여 흙을 말리는 중 입니다. 사나흘에 한번씩 통풍 잘 되는 곳에 내어뒀다가 다시 흙이 바짝 마르면 물을 주며 살리는 연습을 해봐야겠어요. 리시안셔스 밑둥에 새잎이 돋고 있어서 그나마 희망적이긴 했습니다. 호야는 뿌리만 남았어도 포기하지 않으려고요.

식물도 자식도 무심한듯 과한 정성을 쏟지 말아야 건강하게 잘 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가는 아침입니다.

다시 살리고 싶어요. 화려한 모습이 아니어도 좋으니 다시 새 잎을 내밀고 건강한 미소를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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