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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Mar 14. 2021

오십견의 고통을 아는 동지들에게.

소파에 누워 나도 모르게 기지개를 쭈욱 켰는데 팔이... 양팔이   끝까지 올라가는  쾌감을 아시려나요?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자세인 게 분명한데 그 평범이 오십견의 환자들에게는 동경의 자세랍니다. 혹시나 싶어 일어나서 만세를 하는 모습을 베란다 창에 비추어보니 그렇게도 올라가지 않던 오른쪽 팔이 이제 왼쪽을 거의 따라잡았더군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남은 10프로를 정복하면 일 년여를 괴롭히며 저를 힘들게 했던 오십견은 완치라고 할만할 수준이 될 거 같습니다.


치료의 수순은 3단계로 거쳐진 거 같습니다.

우선은 첫 번째로 통증의 불이 옮겨 붙기 시작한 어깨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일입니다. 처음엔 저도 어깨의 결림이나 단순한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이게 평범한 근육통과는 날이 갈수록 질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게 아픕니다. 한 일주일 놔두고 있어 보니 어깨 부위가 욱신 거리며 쑥쑥 거리고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몸을 돌려 눕는 게 편치가 않아지게 된 답니다. 그제야 병원을 갔더니 오십견이라고 하더군요.


주사와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을 잘 먹어줘야 합니다. 이 징글징글한 오십견이 이제 겨우 시작이거든요. 저는 꽤 심각한 축에 속했습니다. 제 스스로 생각했을 때 심각했다 생각합니다. 남들은 스테로이드제 주사를 두 번만 맞으면 팔이 번쩍 올라간다고 하던데 저는 석 달 사이에 5번을 꽉 채워 맞아도 통증이 가시질 않았거든요.

가장 심각한 통증, 그러니까 밤잠을 이루지 못할 통증은 석 달 정도 고통스럽게 했고 그 이후 6개월 정도는 어깨가 수시로 아팠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절망하지 말고 병원 치료를 꾸준히 다녀야 합니다. 도수치료, 물리치료 모두 병행했습니다.

오십견 발병 후 브래지어를 못하고 다녔습니다. 청바지의 훅도 채울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인데 팔이 뒤로 꺾이지가 않는데 브래지어 훅은 최고의 난이도였거든요.

드라이기 못 듭니다. 그냥 어설프게 왼손으로 대충 말리고 오른손으로 쑥쑥 빗어주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머리가 커트 머리입니다. 금방 말라서 감사했어요.


두 번째, 좀 괜찮아졌다고 치료를 멈추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갑니다.

발병 6개월 후부턴 좀 차도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팔이 절반 정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병원 치료를 그만두기가 쉽습니다. 그 비싼 도수치료를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 받기가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했거든요.  저도 한 두 달 쉬다가 어깨가 다시 안 좋아졌습니다.

진통제도 끊어보겠다고 제 맘대로 약을 안 먹었더니 염증이 다시 재발해서 또다시 어깨에 스테로이드제 주사를 맞아야 했습니다.


이때쯤이면 평생 낫지 않을 거 같아서 절망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다리 불구가 된 것도 아니고 팔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그렇게 절망스러운 시기가 한번 찾아왔습니다. 우울증 살짝 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사지를 또 열심히 받으러 다녔습니다. 비싼 근육 마사지를 또 받으며 내 몸에 호사스러운 선물을 주는 거 같아 좀 기분이 괜찮아지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병원에서 알려주는 기본 동작의 재활운동을 열심히 해줘야 합니다. 매일 십 분씩이라도요.

저는 그걸 잘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냐고요? 평상시엔 괜찮은데 일을 조금만 해도 날씨가 조금만 흐려도 어깨가 욱신거리며 다시 쑤십니다.

그 아픔은 아파본 자만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운동을 재활운동을 꼭 해줘야 합니다. 누가 시켜서 말고 스스로!


그런데 저는 스스로 못했습니다. 오른쪽 어깨를 들려고 하면 억지로 편 ㄱ자 같았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가 상시 올라가 있었습니다. 무슨 수가 필요했는데 그때 간절히 원하던 시점에 우연히 집으로 방문하는 pt 재활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비용은 꽤 센 편인데 실손 보험이 안 되는 1회의 도수치료 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어깨를 혼자는 다스리지 못하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오십견 발병한 후 9개월 차였습니다. 평상시의 통증이 좀 다르려 진 후에야 본격적인 재활이 적합하지 싶습니다.


처음 수업엔 한 시간 동안 곡소리가 났습니다. 여기저기 근육을 눌러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만으로도 비명이 절로 나왔거든요. 다행히 선생님을 좋은 분을 만나서 맘 편히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단계별로 어깨에 맞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어깨가 아프다고 어깨 운동만 하던 물리치료실과는 달랐습니다. 어깨 근육과 연계된 여러 다른 근육들의 강직도를 풀어주는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운동 10회가 끝나는 시점이 오니 그제야 이제야말로 오른쪽 어깨가 제대로 올라갑니다.  어제 그제 비가 오려고 했는데 그래도 어깨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오십견님’이 제 몸에서 나가줄 기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운동을 4회 더 연장했습니다. 혼자서는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요.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 자세를 디테일하게 교정해주는 작업이 필요해서요.


그리고 오늘 종일 부엌에 서서 일을 했어도 어깨가 아프지 않습니다. 이젠 일을 마치면 스트레칭을 꼭 해줍니다.


징글징글했지만 내 몸을 아껴서 써줘야겠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던 시간입니다. 남은 4회의 운동시간도 알차게 써 볼 생각입니다.


오십견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꽤 별게 맞습니다. 일상생활의 루틴을 깨트리거든요. 이젠 브래지어 훅 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바지 속에 티셔츠도 야무지게 넣어 훅을 채울 수도 있습니다. 드라이기도 들 수 있고 냄비도 시원스레 닦을 수가 있어요.


중간중간 이게 끝나기는 하나 싶은 절망감이 들기도 하지만 오십견도 결국엔 떠나 줄 시기가 오더라고요.


남 모르는 통증으로 혼자 눈물짓고 계실 오십견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써 봤습니다. 결국엔 지나갈 통증이니 절망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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