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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Mar 18. 2021

사람의 인기척이 그리운 세상입니다.

사람하고 말을 나누는 거보다 식물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이 더 많은 요즘입니다. 풋마늘 장아찌를 만들려고 간장을 끓였는데 간장 내가 온 집안에 진동을 해서 어쩔 수 없이 현관문을 열었던 참이었습니다.


복도식 아파트의  옆집 208호의 쌍둥이 아가들을  명씩 안고 친정엄마와 새댁이 복도에 나와 아이들에게 콧바람을 쐬어주고 있었습니다. 너무 반갑더라고요.

오며 가며 초인종에 붙은 쌍둥이 아기 그림 밑에 그렇게 쓰여 있었거든요.


‘아기가 자고 있어요’


쌍둥이 새댁 네가 오사온지가 벌써 일 년 정도인데 앳된 새댁의 얼굴을 처음 봤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어딜 나가지도 않고 줄곧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아기들만 돌봐왔다고 하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집을 지키던 강아지처럼 사람 소리가 반가워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고 멀찍이 떨어져서 아이들의 방싯거리는 얼굴을 보며 감탄만 했습니다. 아들, 딸 골고루 한 명씩 쌍둥이로 점지받은 새댁은 어찌나 유순해 보이던지 진즉 얼굴 좀 보고 인사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더라고요.


예전 딸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소란스럽게 노는 소리가 그렇게 싫더니만 이젠 정말 나이가 들어 그런지 몰라도 아이들이 보이면 실례인 줄 알면서도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걸게 됩니다. 코로나 시국만 아니었다면 집에 있는 과자봉지라도 들고 가서 덥석 안겨주고 가까이서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이라도 잠시 감싸 쥐었을지도 모릅니다.


주책없는 아줌마가 되기 싫어서 멀찍이 떨어진 채로 예의를 갖춘 채 5분여 남짓 모녀와 얘기를 나누고 들어오니 그새 간장이 끓어 조금 넘쳐있네요. 그래도 잠시라도 사람의 온기를 마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어제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요즘 흔한 인사말로 그런답니다.


“코로나 끝나면 밥 한 끼 먹어요~”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난 남편이 그러더군요. 꼭 보지 말자는 얘기 같아서 좀 쓸쓸하다고요. 코로나가 끝나겠나? 싶습니다. 작가교육원은 길고 긴 온라인 수업을 유지한 채 인원을 절반만 수용하는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재기할 모양입니다.

단톡 방에선 조를 나누자, 제비뽑기를 하자며 설왕설래 의견이 분주합니다. 욕심 같아선 매주 나가고 싶습니다.


‘아이고, 동기님들. 나이 든 사람의 욕심으로 한마디 여쭙자면 저는 사람의 인기척이 너무 그립네요. 사람의 말소리와 사람의 에너지가 그리워서 가급적 하루라도 대면 수업을 더 참석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손 들고 말하고 싶긴 하지만 내 욕심만 내세울 순 없으니 대세에 따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온라인 수업을 반겨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지방이라 올 수가 없다던지 아니면 그 사이 온라인 수업에 적응이 되어 오프라인의 비대면 수업 시간에 맞출 수가 없다든지 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입니다.


혼자 있으니 자꾸 시야가 좁아집니다. 그리고 내 문제에만 골몰하게 됩니다. 타인의 상황이나 이야기를 들으면 아.. 나만 자신 없는 게 아니구나 내지는 내가 노력한 건 노력도 아니었네, 더 해야겠네 하는 다른 관점의 생각으로도 상황을 마주할 수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게 아쉽습니다.


잠시 사람의 온기를 쐬었더니 마음이 좋아집니다. 참... 요즘은 정말 사람의 인기척이 그리운 시간들입니다.

나만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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