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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붕 위 아빠 Nov 13. 2023

일하려 쉽니다

아빠육아휴직 선배가 쓰는 육휴문답 #2 <육아휴직은 아빠의 방학>

이거 찾으시면 여기 맞아요


①육아휴직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니어 직장인 아빠라면

②육아휴직 쓸까 봐 고민인 남편을 둔 엄마라면

③육아휴직이 막연하게만 보였던 유부직장인이라면


저는 이미 한 번 4개월 짧은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했었어요. 지금은 8개월짜리 두 번째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만 40세 두 아이 아빠입니다. 회사에서 잘되는 길은 끊어져 회사 안팎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며 집에서 일하는 중입니다. 오늘 글은 육아휴직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그 질문은 바로


"회사 관둘 거야?"


입니다.




일단 살려고 쉽니다


회사 다니는 게 즐겁고, 나와 가족이 행복하다면 아빠육아휴직을 고민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모두 망가졌기에 두 번째 육아휴직을 결정했어요. 그러면 이런 질문이 바로 들어오더군요. 


"이직을 하지 왜 아빠육아휴직을 쓰세요?"


전 16년 차, 여섯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부터 강소기업, 대기업을, 카피라이터에서 광고기획자, 마케터를 거쳤습니다. 직장과 직업의 변화를 여럿 겪었죠. 새 직장, 새 조직, 새 사람, 새 일에 적응할 자신도 의욕도 단 1.6%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억울한 일, 사람에게 데이는 일, 일도 사람도 모두 안 맞는 최악의 상황까지 몇 년 사이 자주 겪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을 겪다 보니 지친 얼굴, 찌든 마음의 악순환이 매 순간, 매장소에서 이어졌어요. 멈추고 새로 시작해야 했죠. 그래서 육아휴직을 결정했습니다. 마음은 물론 몸도 망가졌던 휴직기간 간헐적 단식과 러닝으로 92kg에서 79kg까지 13kg을 뺐습니다. 



좌측 92kg 시절, 우측 육아휴직 후 13kg 감량 후


살려면 쉬십시오.





다시 일하려 쉽니다


회사와 시공간이 멀어지고, 가족과 가까워지다 보니 행복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뭔가 하고 싶어 졌죠. 


저는 커리어 내내 글 쓰고, 말하며, 설득하는 일을 했어요. 이것을 회사 안팎에서 살아남는 역량으로 만들어야겠다 싶더군요. 시니어인 만큼 새 일을 익히는 것보다 하던 것을 더 잘해야겠다 싶었죠. 방향을 정하니 길이 보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은 3가지로 정리 됐습니다.


쓰고, 말하며 단련된 공감능력을 쓸 수 있는 라이프코치

쓰고, 말하는 능력으로 글쓰기를 돕는 글쓰기 코치

쓰고, 말하는 능력을 살려 브랜드를 돕는 브랜딩 코치



이렇게 일의 재미도 찾고 있습니다



일단 배움이 필요한 건 배웠습니다. 저는 코칭기술을 배웠죠. 배운 것을 기반으로 여기저기 이런 일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고, 이런저런 재능기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특강이고, 소액이지만 저를 찾는 곳도 생기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덕분에 일에 대한 욕심이 돌아왔죠.


다시 일하려면 쉬어야 합니다.




다시 쓰며 나를 세웁니다


육아휴직 후 일기를 씁니다. 아들과 함께 쓰고 있죠. 


만 6세 아들은 대화를 통해 '①아빠가 내게 관심이 있구나. ②내가 느낀 감각과 감정이 소중한 거구나. ③나의 느낌이 글이 될 수 있구나.'를 느끼고 배우고 있어요. 저는 아들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화내는 일이 확 줄었죠. 아들과 서로 일기를 교환해서 읽으며 아빠와 아들이 마음도 나누게 되었어요. 


아빠와 아들이 쓰는 일기 이야기 자세히 보기


이렇게 일기를 다시 쓰는 저도, 처음 쓰는 아들도 모두 쓰며 세워지는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이런 경험은 아빠육아휴직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경험입니다.



아들과 함께 쓰는 일기의 재미


멈춰 서 쓰면 나도 가족도 바로 섭니다.





⏰1분 요약 


" 일단 살고, 다시 일하고, 다시 서기 위해 쉽니다"


저는 아빠육아휴직 때문에 망가진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살았죠. 그랬더니 다시 일하고 싶어 졌고, 회사 안팎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가족과의 관계가 바로 섰죠. 망가지고 있다면 멈추고, 고치고, 다시 뛰세요. 아빠육아휴직은 좋은 계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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