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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Feb 13. 2024

[나의 20대 분투기] 들어가기.

어느 덧 40대 중년 아저씨가 되었다.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20대로 나 자신을 생각하고 살아왔다. 

무슨 말이냐고? 30대가 되었어도, 늘 20대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다. 노력해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그래서 30대를 지나가면서도 스스로 나이 가늠을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40대가 넘으니 이제는 확실하다. 

도저히 스스로 20대라고 생각할 수조차 없다. 

이미 몸이 말을 안듣는다. 

20대에 새벽2시쯤 넘게 잠들었다고 며칠을 피곤한 적이 있던가?

20대에 매년마다 다리나 허리 어딘가가 삐끗하여 걷지도 못하고, 정형외과에서 비싼 물리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던가? 

하긴, 생각해보니 난 30대에도 이미 30대도 잘 경험하지 않는 경험을 했었던 것 같다.

보통 오십견은 말그대로 50대에 많이 나타나지 않던가??? 난 오십견이 30대에 와서 한 계절 내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40대가 된 기념으로 이젠 임플란트도 했다. ㅠㅠ 

하긴, 생각해보니 난 이미 27세에 첫째를 키우고 있었다. 

아이를 일찍 낳아 키우다보니 같은 또래의 20대들과 달리 

30대 이상의 어른들(당시 나에겐 다 어른들이지)에게 좀 더 성인으로 인정받았던 기억은 있다. 

한국은 (꼭 한국만 그런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냥 내 경험이 한국에 국한되어 있기에) 아이 낳아 키우는 가장을 왠지 존중해주는 문화가 분명히 있다. 

하긴 생물학적 나이도 중요하지만, 이미 애키우는 가장이라면 사회적인 고통은 더할나위 없이 증폭되니 

그 경험을 이미 해본 어른들이 인정해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삶의 고통과 그에따른 훈장이 꼭 그런 패턴의 경험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평균이 경험하지 못하는 엄청난 고통을 어릴적부터 경험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서론이 길어지는데, 

딱히 구성을 잡고 작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막연하게 쓰고 싶은 생각이 났다. 

나의 20대.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에 그래도 나의 20대를 정리해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분명 30대가 되었어도 생각은 20대처럼 살았으나 

육체의 노쇠함은 도저히 이길 수 없게 되었고 

결국 40중반의 문턱을 바라보며, 정말 나의 20대를 어찌 보냈는지 반추해보고 싶어진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나는 40중반임에도 

부동산 욕망이 넘쳐나는 한국사회에서 

영끌해서라도 얻어낸 집 한채가 없다. 

그냥 월세, 반전세의 삶을 20대 고시원생활 때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빚이라도 없으니 다행아니냐고?? 빚이 왜 없는가? 전세자금대출이 있고, 그 이자가 두배로 뛴지도 벌써 일년째다.ㅜㅜ) 

즉 삶에 있어서 경제적 안정이 전혀 없는 지금의 40대 중반문턱의 상황에서

팔자좋게 20대의 경험을 되살려 글을 쓰는 것은 어찌보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이 시간에 가정을 위해 배달업이라도 뛰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 얘기안했던가???

20대에 첫째를 낳았지만(물론 아내가 낳았다. 나야 지켜보기만 했을뿐) 

30대에 둘째를 만났고(그렇다. 둘째는 낳지 않았다. 입양했다.)

40대에 셋째를 낳았다.(앗!!!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 생각해보면 계획대로 만난 아이는 둘째가 유일하다.)

즉 난 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아 언급만해도 삶의 무게가 짓누른다. 

군대가서 처음들었던 군장의 무게가 그렇게나 힘들었었는데 

살다보니 삶의 무게가 훨씬 집요하고 지긋하게 어깨를 눌러온다. 

군대 행군군장은 그냥 팍! 하고 어깨를 부술듯이 짓누른다면

삶은 꾸준하다. 내려놓을 때가 없다. 

그냥 계속 지긋이~~~~~ 그러다 쿠욱..... 하고 누를 때도 있는데, 

여튼 내려놓은 적은 확실히 없다. 

군 행군이 끝날 때, 내려놓는(아니 내팽개친다가 맞는 표현일듯) 군장과 함께 날아갈 것 같은 그 해방감이 

삶에는 없다. 

흠......,

여튼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아이 셋, 딸 셋을 키우는 아빠로, 그것도 늦둥이를 낳아 20대 중반부터 시작했던 아기키우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 누굴 탓하는게 아니다. 분명 그 와중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들이 있었으니 원망할 일은 없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대한민국에서 딸 셋을 키우면서, 집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10년이 훌쩍 넘는 월세살이에 남는게 없다. 벌고 월세내고, 벌고 월세내고, 벌고 세금내고, 벌고 보험료 내고, 그러다보니 남는 것은 없다. ) 미래도 ??? 당연히 없다. 큰일이다. 우리 딸들은 알고 있을까??? 아빠가 40대 중반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도 못잡고 있다는 것을!!! 


난 이제부터 20대, 그것도 20대 중반에 가정을 꾸리게 된 배경부터 

시간나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풀어놓을 생각이다. 

오늘날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스펙을 쌓아 

자기 욕망에 맞게 한걸음씩 나아가는 훌륭한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정말 무계획적이고, 한심한, 40대 중년의 고루한 인생스토리가 될 듯 하지만, 

그래도 한 인간의 인생사가 기록되는 것이 

결국 또다른 인간 군상들에게는 혹여라도 피식! 웃게 되는 정도의 위안이라도 주지 않겠는가. 


어. 그러고보니 

고시촌 생활기부터 쓰기보다는 

군전역 시점에 운명처럼(운명처럼이라고 말하고, 계획적인 찝쩍이라고 고백하는) 만난 아내와의 스토리부터 시작해야 맞지 않는가 싶다. 

강원도 인제군 원통리, 12사단 말년 병장으로 , 동네 교회(독수리교회)에서 만난 러브스토리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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