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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Feb 11. 2022

팔목

쉼,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낮에는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하루의 마무리가 엉키지 않고 잘 풀렸다.

  인생이 지친다면, 쉼 없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 바닥에 깔린 얇은 체력마저 소모해버리는 거다. 마치 오늘이 지나면 모든 게 끝나버릴 것만 같은 사람처럼.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육체를 가지게 될 사람처럼.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 더 많은 상처를 쥐어주고, 당신을 착취해 간다.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소파에 누워 눈을 감는다고 생각해 보자. 행복하다. 아니 행복하지 않다면 내가 불행할 것만 같아서 행복해지련다. 그렇게 멈춘 몸과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가는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은 조금의 원망과 억울함도 호소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돼야만 한다. 쉼 없이 움직인 당신은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새로운 아침이 오면 새로운 밤이 찾아오듯,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끝은 오묘한 차이다. 언제든 시작될 것이고 언제든 끝날 것이다. 언제든 멈출 수 있는 나의 시간이 지금도 열심히 달려가는 만인의 시간과 동일하게 흘러가는 지금. 당신이 한없이 소중한 것만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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