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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Aug 01. 2021

/달에게

달의 뒷면

낯선 뒷모습이다.


 내가 생각했던 아름답던 모습과는 상반된 너의 그 뒷모습이 나는 낯설다.


많은 상처들이 있었다. 그래서 숨긴 거다. 이해한다.


 상처가 많았던 너는 두려운 거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끔 자신을 숨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그래도 언젠가 너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너는 너의 전부를 보여줄 수 있게끔 가만히 서 있어 주면 된다.


 네가 먼저 보여주려고 뒤돌지 않아도 된다.


 상대가 너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아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너는 그렇게 가만히 머물러 주면 된다.


 그 사람에게.

/달에게


  인간관계에 있어서 거리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때 썼습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고 막대하는 사람들과 사람 보기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상처주기를 일삼는 사람들에게 반감이 생겨서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은 보름달이 둥글게 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예쁜 달을 보고 있자니 생각에 빠졌습니다. 달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저 또한 달을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이쁘게 비치는 달, 이 달에게도 숨기고 싶은 모습이 존재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그때 언젠가 보았던 달의 뒷면이 생각났습니다. 울퉁불퉁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돌덩이 같은 모습, 평소에 보이던 달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에 저는 더욱더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나와 똑같지 않을까? 나와 똑같은 아픔을 가지지 않았을까? 달을 동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흉한 모습에서 다가오는 못된 마음인 것을 알았지만 저는 그 아픔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먼저 다가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는 내 모든 면을 보여도 다가와줄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 예쁜 면만 비치도록 노력하면 되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달처럼 예쁜, 그런 사람이 되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이기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주 좋은 사람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겐 좋은 인연만 가득하길 빌며, 이 글을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달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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