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진 Nov 03. 2022

여름

지난 계절,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그리 뜨겁지 않았지만 올해의 여름은 어딘가 달랐다. 그래서일까, 나는 올해의 여름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여름의 빈자리가 허전하기도 전에 가을은 찾아왔다.


  나는 여름을 무사히 떠나보내지 못했다. 아직 떠나지 않은 맑은 여름의 호수에 가을의 잉크가 떨어진 것일까. 샛노랗게 번져가는 호수가 나로 하여금 여름을 잊게 하였다.


  그 후 꽤 오랜 시간이 쌀쌀했다. 어느 날은 마치 겨울인 것처럼 찬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찾아온 햇볕이 강하게 쬐던 날, 나는 가을 속에서 또다시 여름을 보았다.


  가을,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여름이 느껴진다. 햇볕에 열이 오르고. 낙엽이 휘날리는 소리가 매미의 울음소리에 묻힌다. 나는 여전히 여름을 잊지 못하고, 가을마저 제대로 보내지 못할 것만 같아 불안하다.


  찬바람이 불어도 나는 부정한다. 나의 귀에 매미의 울음소리가 너무나 선명하다. 나는 여름을 반복하고 싶다. 아니, 반복한다. 열병에 올라도 여름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떠나보낸 지난날이기 때문일까. 사실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공백의 계절을 느끼는 것일까. 내 가슴속엔 여전히 매미의 울음소리가 일렁인다.


  찌르르. 찌르르. 계속해서 울린다. 가을의 바람이 더욱 차가워졌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