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감정을 공감받고자 한다면 나는 어디로 뛰어들어야 할까. 그러나 불타는 이 몸을 누구에게도 번지게 하고 싶지 않다. 고통을 안은채 뛰어가는 발소리가, 누군가의 귀에 전이되며 또 다른 발소리를 만든다. 그저 쫓아가며 쫓기는, 기묘하고 괴이한 상황들만 빠르게 스쳐간다.
힘들다는 것은, 결국은 이겨내는 것이다. 모든 것을 태우고 발가락 끝으로 꺼져가는 불씨를 제외하고 나의 모든 신체가 타버린다고 해도, 나는 끝내 숨 쉴 것이다. 모든 걸 이겨 낼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픔이 전이되어 반복한다면, 그 아픔이 내 선에서 끝낼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누군가를 쫓아가 불씨를 옮긴다고 나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타들어가는 잿더미를 바라보며, 몇 번이고 곱씹어 후회하던 기억을 잊은 걸까. 고통이 나의 기억도 함께 태워버린 걸까. 그래서 끝없는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인가. 지금의 나는 누구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을지, 이제는 손을 놓아주어야 할 텐데.
홀로 남겨진 찰나에 몸부림을 친대도, 언젠간 끝날 이 고통을 버티어 보겠다고. 까맣게 타들어가도, 태우고 태워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혼자 서보겠다고. 감각이 무뎌지길 바라며, 홀로 떠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