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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Dec 15. 2021

게으름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

  부끄럽다. 요즘에서 느끼는 건데 나는 몸은 움직이지만 마음은 움직이지 다는   아이러니하다. 고민에 앞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조금은  현실적이니깐 말이다.

  일을 한다.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정신이 의미를 찾기도 전에 나의 몸이 그것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가 부끄러운 사람이지만 도저히 더 작아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련하게도 나는 게으르다. 게으르다는 착각이 나를 게으르게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할 적에는 정말 게으르진 않았다. 본인의 문제가 그것이 맞다고 단정 지었을 때, 문제는 정말 문제가 된다. 수없이 고민을 반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답답함은 나를 더 게으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제 그만 게을러 보자고 생각하기도 어느덧 수개월. 그렇다. “나는 정말 게으른 사람일까?”라는 의구심이 다시 한번 돌아왔을 때, 나는 또 한 번의 기회이자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나는 게으르지 않았다.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언젠가 들었을 고민을 이제야 다시 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들었다’라는 것은 나는 지금 그 고민을, 정확히는 이 고민을 아직까지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또다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나에게는 적어도 “게으르진 않는구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명확한 고민을 잡고 있는 사람은 절대 게으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지금도 발전을 원한다. 쉽게 말해선 그냥 이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단 말이다.

  남들에겐 내 생각을 보이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기에 어렵게 글을 써갔고, 쉬운 글도 어렵게 해석했다. 꼬이고 꼬인 넝쿨 같았다. 그렇게 꼬인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글을 알기 전의 나는 어떻게 상대에게 내 마음을 알렸는지를 고민하기까지 갔다. 답변은 한순간에 돌아왔다. 그것은 애초에 어려운 것이었고, 모두를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고민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다. 게으른 나는, 똑같은 고민에 똑같은 글을 쓴다. 그런데 왜 꾸준히 쓰는 것일까.

  나는 게으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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