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께서는 내가 중학교 3학년이던 해에 72세의 연세로 돌아가셨습니다.
강화도에서 인삼농사를 하시다가 연세가 드시면서 힘에 붙여 서울로 오셔서 십여 년을 함께 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나는 형과 방을 함께 쓰고 있었지만 학교에 다녀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아버지 방에서 지냈고 어떤 날은 그냥 할아버지 곁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인자하시고 너그럽기만 했던 할아버지는 나를 참 귀여워하셨고 모든 심부름을 내게 시키셨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내가 할아버지 방에 살다시피 한 이유는 할아버지 방 벽장이나 장롱 속에는 늘 간식거리가 있었고 그 당시 귀했던 비스켙이나 양갱 같은 것을 내게 주시곤 했기 때문입니다.
거의 온종일 방에서 계시던 할아버지의 방에서는 퀴퀴하고 눅눅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냄새가 배어 있었습니다. 즐겨 피우시던 담배냄새와 자주 목욕을 안 하던 시절이니 몸에서 나는 냄새들이 섞여있는 영감 냄새인 것이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돌아가시기 전 1년 정도의 시간을 거동도 못하시고 누워계셨는데 내 스스로 생각해도 그때 나는 참 기특하게도 할아버지의 대소변을 다 받아냈습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여 사무실 내방에 들어서는 순간 오래전 그 냄새가 코 끝을 스쳤습니다.
그렇지요.. 바로 그리운 할아버지의 냄새인 것이지요.
영감 혼자 쓰는 좁은 골방에 겨우내 추위를 핑계로 환기 한번 안 시키고 죽 때리고 앉아 있었으니 냄새가 날 수밖에요.
어쨌든
오늘 냄새로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추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