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첫사랑을 얘기해 줬다.

by 이종덕

요즘 젊은 여자들이 정신줄을 놓고 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태양에 후예"라는 드라마입니다. 아마도 내 짐작에는 드라마보다는 송중기를 보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남자인 내가 봐도 잘 생기고 매력이 있네요.

어젯밤에 딸이 이 드라마를 보고 있기에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서 어깨 너머로 간간이 화면을 보다가 여배우 한 명이 눈에 뜨었습니다.

이름도 모르겠고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김남조 시인의 싯귀처럼 순간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 본듯한 얼굴인 것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1977년 재수할 때 잠시 사귀었던 D여대 회화과에 다니던 첫사랑의 얼굴과 많이 닮아 있었던 것입니다.

딸에게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저 여자애 얼굴이 아빠 첫 사랑하고 너무 많이 닮았다. 주유소집 딸이었고 착하고 예뻤단다"

딸이 낄낄거리며 되물었습니다. "예쁜데 왜 헤어졌어? 아빠한테 과분해 보이는데.."

내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싫증이 나서 내가 먼저 차 버렸노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곤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때 잘 돼서 첫사랑과 결혼을 했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마누라는 그렇다 치고 내가 진정 사랑하는 딸과 아들 그리고 사위와 정말 하루라도 못 보면 미칠 것 같은 손주 녀석은 없었겠지요.


총각 때.. 그때는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인데요 마누라와의 결혼을 앞두고 점쟁이를 찾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사주를 보러 간 것이지요.

점쟁이가 내 얼굴을 살피더니 어릴 때 마당에 대추나무가 있었지? 하고 물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마당에 나무라고는 한그루도 없었는데요? "그렇지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때 점쟁이가 사이비임을 알았어야 하는 건데요..

하여간에 점쟁이는 지금의 마누라와 결혼을 하면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고, 잘 맞는 연분이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점쟁이 말이 맞긴 맞았습니다.

오늘까지 굶어 죽지 않고 살고 있으니까요.

굶어 죽진 않았지만 피가 말라죽겠습니다. 헤헤..

30년을 넘게 함께 살아왔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되고 여전히 다투고 아직도 서로 생각이 다릅니다.

에이.. 뭐 우리만 그렇겠습니까? 산다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지요.

첫 사랑하고 결혼했다고 뭐가 그리 크게 달랐겠습니까? 나 자신이 이모양 이 꼴인데요.

그리고 어떻게 매일 웃고 좋기만 하겠습니까?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것이지요.

동네에 매일 히죽히죽 웃기만 하고 뭐가 그리 좋은지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여자가 있으면 보통사람들은 그 여자를 "미친년"이라고 부릅니다.


연민도, 미움도 그리고 정말 이해가지 않음도 결국은 다 사랑입니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아직도 내 사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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