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by 이종덕

강남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도 광화문이나 종로, 충무로 같은 곳으로 외출을 하게 되면 시내에 간다고 얘기를 합니다.

아저씨들은 그렇게 얘기합니다.

행정구역상 서울임에도, 강남이 아무리 발전을 하고 큰 회사들과 유흥업소들이 몰려있어도 여전히 종로일대가 시내입니다.


어제는 오랫동안 나를 아껴주시고 힘들 때 도와주시고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으시는 언론사 어른과 점심을 하기 위해 충무로에 갔었습니다.

그분을 뵐 때마다 들리는 오래된 식당에서 점심을 대접하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집이 아닌 다방에서요.

서울시내 한복판에 아직도 이런 다방이 있었나 싶은 80년대 초반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다방에서 인스턴트 커피 두 스푼과 프림 한 스푼 그리고 하얀색 사기그릇에 담겨있는 황색 설탕을 넣어 휘휘 저어 마시는 "다방커피"를 마셨습니다.

주위에 손님들은 온통 다 노인들이었고 신문을 보거나 벽에 붙어있는 TV를 보며 소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최백호의 노래처럼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서 아주 옛날 신입사원 시절에 일들을 추억했습니다.

어른과 헤어진 후 모처럼 시내에 나온 길에 30년째 출판업을 하고 있는 친구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옛날 스카라극장 앞길과 명보극장 사거리 그리고 좁은 인쇄소 골목을 걸으며 세월이 아무리 지났어도 변함이 없는 복잡함과 지저분함 속에서 서울시내의 정감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생선 굽는 냄새와 돼지뼈 우리는 냄새 그리고 오토바이 한 대만 지나가도 몸을 피해야 하는 좁은 골목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찰칵찰칵 인쇄가 돌아가는 소리들 속에서 모든 것이 잘 정리 정돈되고 세련되고 반듯반듯한 강남에서 느끼지 못한 푸근함을 느꼈습니다.


다음 주에는 술꾼들을 모아서 시내에서 한잔해야겠습니다.

이제는 술집 앞 간이탁자에서 술을 마셔도 될 만큼 날씨가 풀렸으니까 사람 구경도 하고 담배도 마음대로 피우며 그렇게 편안하게 취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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