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깨달아 갑니다.
일이라는 것이 하면서 알게 되고 쉬워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건축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고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발생을 합니다.
작년 요맘때 회사 신축사옥의 책임을 맡게 되었을 때 저는 내심 한동안 실무를 떠나 편안해지겠구나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건축가가 설계를 하면 시공사가 도면에 맞춰 건물을 올리고 감리가 점검을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잘못된 계산이었습니다.
의도와 용도가 제대로 반영이 안된 설계의 변경과 건축가의 자존심과의 마찰이 계속되었고 설계에 대한 시공사의 문제제기도 일을 지연시키고 어렵게 했습니다.
건축주인 내 입장에서는 연구소라는 기능과 용도를 충족시켜야 하고 무엇보다도 한정된 예산과 공사기간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어서 본래의 임무인 감독관 보다는 어느새 중재자의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일은 정말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입니다.
나는 그들이 쓰는 용어도 잘 모르고 도면에 대한 공간감각도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연구소의 기능과 그에 수반된 각종 설비공사의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건축을 감성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전문적인 공부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사위가 기억의 공간이라는 부재가 붙은 "건축학 개론"이라는 한 권의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가 구승회라는 분이며 그는 몇 해 전 크게 흥행했던 영화 "건축학 개론"의 총괄 자문과 영화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제주도에 있는 "서연의 집"을 디자인 한 분입니다.
제목은 전공서적이지만 건축과 연관된 에세이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건축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통해 건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었습니다.
건축가는 남에 꿈을 그려주는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제작할 때 감독의 꿈과 건축가의 꿈이 달라서 수많은 다툼이 있었음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건축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며, 통역가라고 정의합니다.
그래서 건축주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하며 비 전문가인 건축주의 얘기는 구체적이지 못하고 모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좋은 통역가이기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건축가는 당연히 엔터테이너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새로운 근무환경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고 기대를 하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함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나의 파트너인 건축가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새로운 얘기였으며 내 요구가 다소 무리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일일수록 단순하게 그리고 전문적인 일일수록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일의 해결에 매우 중요한 일임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