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가 만든 꽃길

by 이종덕

여러 가지 일로 복잡하고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산책도, 글을 쓰는 일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 일도 그리고 일상에 소소한 재미도 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오래간만에 아침 산책을 나섰습니다.

열흘 남짓 사이에 산길은 초록이 짙어졌고 나무들이 무성해졌습니다.

맑고 상쾌한 공기가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듯합니다.

어젯밤에 비가 내렸던 것 같습니다.

오솔길은 촉촉하고 나뭇잎들도 물방울을 머금어 생기가 돕니다.

길 위로 아카시아 꽃잎들이 떨어져 꽃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꽃길을 걸으며 문득 결혼식 때 신랑 입장할 때의 기분이 느껴집니다.


한줄기 바람이 지나갑니다.

땀이 식으며 약간의 한기를 느낍니다. 그래도 두 팔을 벌려 5월의 순풍을 온몸으로 품어봅니다.

아카시아, 라일락 향이 바람에 실려 온 산을 향수 냄새로 가득 채웁니다.


꽤 높이 올라온 것 같습니다.

서초동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잠시 빼고 눈에 집중을 해 봅니다. 입도 크게 벌려 크게 호흡을 하며 맑고 청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킵니다.


다행입니다.

잠시라도 쉼표를 찍었습니다.

오늘 아침 지나온 흙길처럼 마음이 부드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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