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넘길 것을..

by 이종덕

연휴입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내하고 오랜 시간 붙어있다 보면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오늘도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평소 같으면 얼마든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줄 일인데 아내의 행동이 못마땅하여 버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내의 행동보다는 내 마음의 상태가 싸움의 원인 이었던 것입니다.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일들이 평생을 살아오면서 오늘이 처음이 아닐 텐데 내 마음이 그걸 받아줄 너그러운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6월 초순치 고는 너무 더운 날씨 그리고 아이들이 분가한 후 처음 맞는 주말의 허전함, 개운치 못한 컨디션... 이런 것들이 작은 자극에도 예민했던 것입니다.


나는 마음속에 자꾸만 예전의 아내의 모습과 행동 그리고 말투를 기억하려 합니다.

얌전하고 다소곳하고 귀여웠던 20대 후반의 모습을요.

50대 후반의 조금은 뻔뻔하고, 막무가내이고 체면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상관이 없어진 대한민국 아줌마로서의 변화가 아직은 익숙지 못한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몸도 늙고 마음도 함께 늙어 그걸 극복하려는 반작용을 그냥 받아주면 되는 것인데 이제 해 질 무렵까지 냉랭하게 이어진 집안 공기가 편치 않습니다.


피천득 씨의 수필집 "인연"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싸울 바에야 무엇하려 같이 살아 헤어지지" 하는 말에 "살려니까 싸우지요 헤어지려면 왜 싸워요"

그런가요?

부부싸움은 부부로서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인 가요?


그분의 수필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에서


"아내, 이 세상에서 아내라는 말 같이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이름이 또 있겠는가?

옛날에 영국에서는 아내를 peace-weaver라고 했다. 평화를 짜나 가는 사람이란 말이다.

결혼생활은 작은 이야기들이 계속되는 긴긴 대화다. 고답 할 것도 없고 심오할 것도 없는 그런 이야기들..."

이라고 얘기합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나만 잘못한 것 같지만 마누라도 생떼를 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풀지를 못하고 저녁도 못 얻어먹고 있는 것이지요.


좌우지간 나이 먹어서 싸우면 나만 손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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