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결혼을 하고 벌써 5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비로소 아이가 시집을 갔다는 실감이 납니다.
결혼을 하고 곧바로 사위와 함께 외국으로 나갔고 귀국 후에 줄곧 함께 살았기 때문에 슬하에서 떠났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지요.
아이들이 분가를 결정하고 5년 전에 해 주었어야 할 혼수를 준비해 주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지난 5년간 돌봐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손사래를 치며 거절을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그렇지가 않아서 이것저것 마련을 해 주려고 딸과 함께 외출을 하던 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과 아빠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딸아이의 마음이 부딪쳐 갈등 아닌 갈등을 겪었고 종일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을 감안하여 마련한 넓은 아파트는 텅 비어버렸고 덕분에 나는 책을 읽고 글도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지만 아직은 이 공간이 그리 편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모든 아빠가 다 그렇겠지만 딸은 내게 많은 기쁨과 행복을 주었고 아주 좋은 친구였습니다.
나는 나대로 딸에게 꼰대스럽지 않은 아빠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기 위해 때론 힘이 들어도 열심히 뛰었습니다.
딸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추억을 수많은 느낌들을 어찌 글로 다 쓸 수 있겠습니까?
이제 딸은 착하고 믿음직한 남편과 정말 귀엽고 똘똘한 아들과 함께 그만의 가정을 꾸려야 하고 그리고 한동안 주춤거리며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의 길을 갈 것입니다.
내가 염려하고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지요.
이젠 딸의 삶에서 조금 물러서 묵묵히 지켜봐 줘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아침저녁 기도로 딸의 행복을 빌며 이제는 또 다른 방법으로 그를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건강하고 멋지게 늙어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 줄 것입니다.
어쩌다 보게 될 아빠의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