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시작한 연구원의 신축사옥이 제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의 ㄱ자도 모르는 내가 건축본부장이라는 책임을 맡고 집이 지어져 가는 과정 과정을 살피고 알아가면서 참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나름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이제 그 골격을 갖추고 우뚝 선 모습을 보면 길고 긴 직장 생활 중 가장 보람된 일을 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이 마음을 뿌듯하게 합니다.
오래전에 회사의 사보를 편집하는 일을 한동안 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을 산고의 고통과 비교를 하곤 합니다.
기획하고 편집하고 그리고 교정을 보고.. 그러다 보면 한 달이 후딱 지나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잉크 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막 제본되어 나온 책을 손에 쥐면 그 책 한 권이 너무 귀하고 소중했습니다.
내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일을 하면서 결과물이 확실하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은 책임감도 크지만 성취감도 큽니다.
나는 내가 지은 건물이 오랜 시간 동안 내 자랑과 보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퇴직하고 그리고 내가 죽고 난 후에도 위풍당당하게 서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집은 시간을 이겨야 한다"
어느 아파트 광고의 카피 문구입니다.
몇 년 전에 방문했던 암스테르담의 건물들은 온통 벽돌로 지어져 있었습니다.
이끼도 끼고 백화현상으로 희끗희끗 얼룩도 졌지만 그 자체가 건물의 일부가 되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오래되어 추하기보다는 고풍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1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내 고민과 열정이 시간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흉물스러워지지 않고 시간의 흔적을 잘 받아내어 멋지게 늙어 가는 노년의 신사처럼 시간을 이겨내길 바랍니다.
어제도 마무리 공사 중인 현장을 살펴보며 내 생애에 참 보람 있는 일중의 하나를 해냈다는 행복감이 가슴을 꽉 채워옴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