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붙어있어 보니

by 이종덕

징검다리 휴일에 연차를 내어 일주일을 내리 놀았습니다.

미리 계획을 세워 놓았더라면 여행을 가거나 보다 알차게 연휴를 보냈겠지만 특별한 일도 없었고 개도 안 걸린다는 지독한 여름 감기로 일주일 내내 집에서 보냈습니다.


집에서의 일주일...

이게 생각처럼 편하고 맘껏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밀린 책도 읽고, 다운로드하여놓은 영화도 보고 속박받지 않는 시간의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휴 이틀째부터 집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마누라에게 걸리적거리고 귀찮은 존재임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간간히 외식을 하기도 했지만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려는 남편 밥 차려 주는 것을 몹시도 귀찮아하는 눈치였고 집안에서의 사소한 일의 처리에도 의견이 안 맞아 언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끼어든 나는 잔소리쟁이 영감탱이가 되어버렸고 내 딴에는 도와준다고 한 일들이 실수로 이어지고 나는 나대로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살림이라는 아내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30년을 넘게 부부로 살아왔는데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고 이러고 어떻게 함께 살아왔나 할 정도로 생각이 달랐습니다.


평생을 사회생활을 했고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아내와 나의 삶이 전혀 다른 생활패턴으로 굳어져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 연휴는 이제 곧 다가올 내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예행연습과 180도로 바뀌게 될 나의 미래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르게 살아온 시간들을 이해하고 맞추려는 노력을 하면 우리의 노후는 편안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는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구박덩어리로 전락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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