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가 쓰고 있는 "58 개띠 이야기"메거진에 "일주일을 함께 있어보니"라는 글을 올렸었습니다.
5월 초 징검다리 연휴 때 집에서 아내와 함께 있으며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한 느낌을 약간의 불평을 곁들여 썼던 글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입원을 하게 되어 일주일을 혼자 있게 되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집안 사정상 아내의 병간호를 해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간간히 출근을 하며 아내의 병수발을 들며, 집안 살림을 하면서 집에 혼자 있게 되었습니다.
병상에 있는 사람은 더 힘이 들겠지만 아내가 입원한 지 2-3일이 지나면서 아내의 부재로 인해 뒤엉켜 버린 일상이 고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삼시 세 끼를 해결하는 일이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건너뛰기도 하고, 식당에서 대충 사 먹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때는 병원에서 아내가 남긴 밥으로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이것저것 있기는 한데 도대체 뭘 해먹을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햇반을 데피고 밑반찬을 꺼내 먹는 일 조차도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고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스스로 놀란 것이 나는 전자레인지의 사용법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계란 프라이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 라면을 끓였는데 김치는 어디 있는지... 집에 혼자 남겨진 나는 바보가 따로 없었습니다.
커피잔부터 시작해서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가고 개수대 구멍에 음식물 찌꺼기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정성 들여 키우던 베란다에 화초들이 시들어 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걸 다 죽여 놓으면 아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내가 죽을 것 같아서 화초에 물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찌꺼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내다 버렸습니다.
음식물 찌꺼기를 수거통에 버리는 일은 참 고약한 일이 더군요.
되도록이면 빨랫감이 쌓이지 않게 하려고 티셔츠 하나와 청바지로 버텼습니다. 하지만 속옷과 양말은 어쩔 수 없이 쌓여 가고 세탁기를 돌리는 일은 아무리 설명서를 보아도 내겐 불가능한 일이더군요.
중간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 끼어 있어서 내다 버려야 하는데 종량제 봉투에는 무엇을 넣어야 하는 건지 캔이나 병 같은 것이 재활용 쓰레기에 해당되는 것 같기는 한데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먹는 일부터 치우는 일 그리고 내다 버리는 일이 너무나 어렵고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TV를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도록 TV가 켜져 있기도 했고 탁자에는 빈 맥주캔이 두세 개씩 나동 그러져 있습니다.
얼굴은 퉁퉁 붓고 입안은 텁텁하고 나는 점점 폐인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둘이 있다가 혼자 있으면 50%만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이라는 공간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주말에 아내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대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오면 무리를 할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체험 삶에 현장을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씩 가사를 도와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