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외 장아찌 국수와 녹차 소반

by 이종덕

지난 주말

아내에게 삼시 세 끼를 다 얻어먹기가 좀 미안해서 요즘 유행하는 한식 뷔페를 가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별 기대를 하고 간 것도 아니지만 정말 그저 그랬습니다.

딱히 접시에 올려놓을 것이 없어 음식코너를 빙빙 돌다가 울외 장아찌 국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울외 장아찌라면 어릴 때 할아버지 밥상에서 종종 먹어보았던 나나스케가 맞는 것 같은데 시원한 냉국수에 장아찌를 띄워 놓은 것이었습니다.

자리에 돌아와 맛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 나나스케가 맞았습니다.

오이의 일종인 울외를 술지게미(주박)로 발효시킨 울외 장아찌의 독특한 풍미는 아득한 옛날 추억의 맛을 되살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시원한 국물과 아작아작 씹히는 식감과 달콤하면서도 약간 쉰내가 나는 것 같은 나나스케의 맛이 딱 떨어지게 맞더군요.

그릇이 작긴 하지만 두 번을 더 가져다 먹었습니다.


2번 타자 녹차 소반을 발견...

녹차로 지은 밥에 김과 연어가 고명으로 올려진 녹차 소반이 한 귀퉁이에 도사리고 있는 걸 몰랐습니다.

아!

맛있습니다. 녹차의 향과 밥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맛을 냅니다.

고명으로 잘게 다진 연어와 김가루를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먹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녹차물에 밥을 말아서 매실장아찌 하나로 한 끼 식사를 때웁니다. 때로는 명란으로 어떤 때는 훈제연어 한 조각으로 그렇게 간결한 식사를 하지요.

일본에서 30년을 넘게 사신 돌아가신 장인어른도 우메보시 하나로 밥 한 공기를 드시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울외 장아찌 국수와 녹차 소반... 이 두 가지 음식으로 만도 본전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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