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가서 먹는 등갈비 묵은지찜

by 이종덕

평생직장생활을 하며 열흘을 쉬어보기는 처음이다.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한없이 푸근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별다른 계획을 세워 놓은 것도 아니어서 뭘 하고 지낼까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사위에게 전화가 왔다.

가까운 곳에 글램핑장을 예약해 놓았으니 공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 먹으며 푹 쉬자는 것이다.

"필요한 준비는 제가 다 했으니 장모님이랑 몸만 오십시오"라고 말했다.

아내에게 얘기하니 아이들 볼 생각에 반색을 한다.

사위가 다 준비한다고 했지만 아내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정육점에서 질 좋은 등갈비를 사다가 밤새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아껴먹던 3년 된 묵은지를 세 포기나 꺼내 커다란 양푼에 묵은지 찜을 끓이기 시작했다.

약한 불에 오래 끓여야 들여야 맛이 있다면서 불 조절을 해가며 정성을 기울였다.

고기나 구워 먹으면 될 것을 뭘 그리하냐고 했더니 캠핑가서 남들 다 해 먹는 바비큐보다 훨씬 맛있을 것이라며 두고 보라고 한다.


글램핑장에 도착을 하니 딸과 사위 그리고 조카부부와 손주들이 반겨준다.

우리 부부가 사랑하고 늘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몽땅 다 모여있다.

이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무성한 가을 숲 속에 커다란 텐트와 나무 식탁 그리고 바비큐 그릴이 놓여있다.

가을 숲의 공기가 너무나 신선하고 손주들은 텐트 안에서 뒤엉켜 노느라고 건성으로 인사를 한다.

돗자리에서 와인을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 보니 저녁 먹을 때가 되어 버렸다.

사위가 준비해온 고기와 곱창을 정성스레 굽기 시작했고 아내는 묵은지 찜을 버너에 데웠다.

소주 생각이 났지만 연휴 첫날부터 그것도 손주들 앞에서 술에 취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와인을 홀짝거리며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손주 녀석들도 게눈 감추듯 잘 먹는다.

나는 가을을 마시고 분위기를 먹었다.

짧은 가을 해가 넘어가고 곳곳에 수은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나뭇잎 사이의 하늘이 짙은 코발트 색으로 변했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제 뜨끈한 등갈비 묵은지찜으로 밥을 먹는다.

몸이 데워지고 맛 또한 기가 막힌다. 딸과 사위, 조카 내외는 등갈비에 붙은 살코기를 발라먹고 묵은지를 밥 위에 얹어 끝도 없이 계속 먹어댄다.

밤이 깊었는데 집에 갈 생각이 들질 않는다.


사위의 깊은 배려가 그 마음 씀씀이가 정말 고맙게 마음속으로 느껴진다.


오늘 봤으니, 그리고 충분히 즐거웠으니 추석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

본가에 다녀와서 푹 쉬라고 했다.

별 필요도 없는 추석선물 산다고 돈 쓰지 말라고 했다.


열심히 뛰어놀던 손주가 잠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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