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음 그대로일까?

by 이종덕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지만 10월이 되니 책상 위에 청첩장이 쌓이기 시작했다.

청첩장의 초대의 글에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에 대한 좋은 글들이 쓰여있다.


나도 오래전 10월에 그렇게 결혼을 했다.

어제는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한날...
혼인을 한지 몇 년이 되었는지 한참을 꼽아 보았다.
35년쯤 된 것 같다.


결혼기념일은 참 의미 있는 날이지만 해가 갈수록 그냥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그냥 특별할 것도 없이 개천절이어서 쉬는 날이었다....
아침에 서로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아침밥은 되도록이면 늦게 그리고 점심밥도 가급적이면 늦게 먹어서 두 끼만 먹자고 했다.
밥 챙겨 먹는 일 조차도 피차 귀찮으니까.



속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누라도 선물이고 뭐고 심드렁한 것 같다.
그래도 후환이 두려워서 나가서 밥 한 끼라도 먹자고 하니 몇 번을 귀찮다고 하더니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이제 비로소 진정한 가족이 된 것 같다. ㅎㅎ


프랑스의 삽화가인 "장 자크 쌍페"의 그림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지?"


말은 똑같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황홀한 눈빛이었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나운 눈빛이었다.


딸이 결혼기념일 축하 전화를 했다.
이혼 안 하고 잘 살아줘서 그래서 자기를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참 그 아비에 그 딸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마음을 지키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내 옆을 잘 지켜줘서 회사 잘 다니고 잘 먹고 잘 살았으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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