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미스터 다이어리(2)

by 이종덕

제가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올드 미스터 다이어리”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내 다이어리에는 수많은 스케줄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올해를 시작하며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라기보다는 그냥 그날그날의 일상을, 느낌을 메모한 것이지요.

공로연수로 갑자기 왕창 많아진 시간을 그리고 180도로 바뀌어진 일상을 내가 잘 보내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특별했던 한 해를 보내며 지난 일기를 읽어봅니다.


연초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몹시 힘이 들었군요.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셔서 거동조차 힘들게 되셨는데 마침 내가 회사를 안나가게 되어 내 스스로 나를 아버지 수석 간병인으로 임명을 하고 매일 아침 아버지 댁으로 출근해 씻겨드리기도 하고 대소변을 처리해 드렸습니다.

아버지의 간병인 역할은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그냥 주무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여름이 되어서는 아내가 갈비뼈가 골절되어 한동안 살림 독박을 쓰기도 했습니다.

깁스를 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니라서 꼼짝 못 하고 뼈가 저절로 붙어주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습니다.

덕분에 손에 주부습진이 생기기도 했지요.


책도 많이 읽었고 스스로 깜짝 놀랄 만큼 영화도 많이 봤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무엇보다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본 한 해였습니다.

내키지 않는 일은 안 했습니다.

올해 내 다이어리에는 “어쩔 수 없이”는 있어도 “억지로”는 없습니다.

길고 지루할 거라고 짐작했던 한 해가 정말 쏜 살같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오늘, 친구가 준 아주 폼나는 2020년의 다이어리의 포장을 뜯으며 내가 써 내려가게 될 얘기들이 감사와 행복으로 채워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Please accept our season's greetings and best wished for a happy new year.

좀 있어보이려고 영어로 새해인사 드립니다.
일년동안 저의 허접한 글들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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