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카톡방은 참 유용합니다.
그래서 가족, 친구, 동호회 등 서너 개의 단톡방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기 300여 명이 모인 단톡방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부고나 아이들의 혼사를 비롯해 골프, 당구, 등산모임의 공지를 공유하여 일일이 알리지 않아도 되고 참석여부는 상황에 따르면 되니 참 편리합니다.
누가 정하진 않았어도 정치나 종교 지역색 같은 논란이 될 수 있는 글은 각자 스스로 배재하여 잘 운영되고 있지요.
얼마 전부터 한 친구가 지속적으로 긴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 자체야 나쁠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수필이나 좋은 글의 인용,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아재개그 같은 것들이니까요.
그런데 이게 논란이 되어버렸습니다.
중요한 공지사항이 위로 밀려 올라가 버리니 자제해 달라, 공지 사항만 올리도록 하자, 좋은데 왜 그러냐..
투표로 정하자…
단톡방에서 의견의 다툼이 생긴 겁니다.
동기회장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여 개인적인 글은 자신의 소셜커미니티에 올리고 단톡방에는 링크주소 정도만 올리면 관심 있는 사람은 찾아가 읽으면 될 것이고 찬반 투표는 어차피 의견이 갈릴 테니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나름 합리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누구 마음대로 그리하느냐? 라며 내가 느끼기에는 고약하게 굴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해보자는 마음인지 글을 또 올리더군요.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60 후반의 나이에 뭐 하자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냥 방관하고 침묵하던 몇몇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참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제저녁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톡방에 쪽팔리게 노년을 보내지 말고 꼰대짓을 하지 말자 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단톡방에서 나왔습니다.
어디 복지관 같은 곳에서라도 노인들의 SNS예절과 매너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