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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Nov 28. 2018

선배는 정말 꼰대인가?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표지출처: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0030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본, 젊은 세대를 향한 선배세대들의 충고가 기억에 남는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현재 60대 이상의 ’국제시장’세대. 군부독재라는 억압적인 정치 분위기 속에 경제 재건이 시급했고 당장의 보릿고개를 굶주리지 않고 지내야하는 절대과제를 지니고 살았던 세대로 결국 우리나라 경제 기반을 기적적으로 일으킨 소중한 선배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실업을 걱정하는 현재의 20대(그들의 자녀 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중소기업과 3D업종에서는 사람이 없어 난리인데 너희는 왜 편한 직장만 바라보고 있지? 왜 우리처럼 닥치는 대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갖지 못할까?”


다음, 50대의 ‘민주화’세대. 군부독재에 과감히 맞서 싸웠고 결국 승리를 맛본 저항의 세대, 부조리와 불합리에 앞장서서 투쟁하면서 문민정부의 기틀을 마련했던 세대다. 그들이 20대들에게 하는 말: “너희는 지금 부조리와 불합리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만 하고 있어. 왜 우리처럼 부당함에 맞서 싸우지 않는 거지? 부당함을 어필해서 사회를 변화시켜봐!” 


마지막으로 40대, 소위 ’298’세대. 민주화를 지나 문민정부와 IMF시대에 20대를 보냈던,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었던 자유로운 영혼의 세대이다. 이들이 하는 말: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인생을 설계했어. 너희는 왜 자유롭지 못하고 눈치만 보니?”  


선배들의 충고와 질책은 각 시대적 상황으로 유추해보면 일면 이해가 가고 역사적인 불가피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 선배들이 충고를 건네며 간과한 것이 있다. 그들이 20대에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었던 것, 바로 ‘희망’이다. 피땀 흘린 노력으로 경제를 재건하여 잘 살아보겠다는 희망, ‘그날이 오면’을 부르며 독재와 기득권에 맞서 싸워 자유와 권리를 스스로 쟁취하리라는 희망, 이제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선진국을 향해가고자 했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 등등.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 과연 희망이 있는가? 다시 말하면 선배들은 젊은 세대를 위해 희망의 장을 준비해 주었는가를 깊이 생각해보자.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세대도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이라는 늪에 직면해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기는커녕 ‘오늘보다 더 나쁘지 않은 내일’이라도 오기만을 바라고 있어야 한다. 선배 세대들이 젊은 시절 가졌던 희망이라곤 전혀 없는 가혹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이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던 죽음에 이르는 병이 무엇이었던가? 그게 바로 ‘절망’ 아닌가. 


책방에 쌓여있는 자기개발서와 힐링서들, 그리고 강연 등 여러 채널을 통하여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모든 노력들이 결코 헛되거나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선배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후배세대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속칭 '꼰대질'이라고 한다.

그림 이연우



와이즈먼 그룹을 이끄는 기업가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은 자신의 저서 <멀티플라이어 이펙트(the Multiplier Effect)>에서 꼰대질을 ‘디미니셔(Diminisher)’들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태로 표현했다. 디미니셔는 그녀가 말한 두 가지 리더상 중 하나로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조직 안에서 반드시 인정받으려 하는 특징이 있다. 즉 자신의 지성에 매료되어 다른 사람의 지성을 억누르고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고갈시키는 리더를 의미한다. 


이와는 반대로 주위의 사람들을 더 나은 사람, 더 똑똑한 사람으로 만드는 리더가 있다. 직원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영감을 불어넣어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내도록 하여 기대 이상의 결과를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리더이다. 그녀는 이러한 리더를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라 부른다. 


멀티플라이어는 다른 사람의 모든 잠재력을 일깨우고 조직 전체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인다. 또한 각 구성원의 고유한 지적능력을 불러일으켜 혁신이나 집단지성을 생성하고 전체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리더를 말한다. 즉 사람들의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이것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리더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주변에는 멀티플라이어보다는 디미니셔에 가까운 리더스타일이 훨씬 더 많다. 선배는 없고 꼰대는 넘치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유대인이면서 독일의 저명한 사상가인 마르틴 부버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가장 위대한 일은 상대방의 다양한 가치를 인식하고 가장 그답게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는 일이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머리로 이해하면서 또한 가슴으로 수용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리더는 조직을 발전의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바로 이것이 멀티플라이어 리더십이자‘다양성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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