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이 초기 창업 단계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고객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다. 창업자는 자신의 아이템에 대한 강한 애착(Emotional Attachment)으로 인해,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판매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그의 저서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에서 “고객은 종종 습관의 동물처럼 행동하며, 현재의 목적과 상관없이 과거의 행동을 반복한다”고 설명한다1. 이처럼 고객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스타트업에게는 큰 도전이 된다. 더군다나 스타트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마케팅 비용이나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결국, 스타트업의 가장 큰 경쟁자는 다른 기업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Do Nothing) 고객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스타트업이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에 실망하기보다는, 목표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실질적인 정보를 얻고 현실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B2B 시장은 최초 접촉부터 최종 결제까지의 과정은 복잡하기 때문에, 영업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목표 고객의 구매 과정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판매 주기(Sales Cycle)를 파악하면 COCA(Cost of Customer Acquisition, 고객획득비용)등을 분석하여 영업 전략을 더욱 정교화할 수 있다.
기회의 문(Window of Opportunity, WoO)와 트리거(Trigger)
스타트업의 영업에서 고객의 구매 과정을 파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데, 이는 고객마다 구매 방식이 다르며, 같은 고객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내심을 가지고 고객의 세부적인 구매 절차를 하나하나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이때 효과적인 영업 전략이 기회의 문(이하 WoO)과 트리거(Trigger) 전략이다2. WoO는 고객이 특정한 변화나 전환점을 맞이할 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다음은 개인 고객과 기업 고객의 WoO의 예시다.
- 개인 고객: 이사, 첫 직장, 첫 집 구매, 결혼, 첫 아이 출산 등
- 기업 고객: 조직 개편, 신사업 확장, 새로운 법규 도입, 기존 솔루션 계약 만료 등
즉 고객이 직장을 처음 갖게 되면 자동차 구매를 고려할 수 있으며, 이사를 하면 새로운 마트에서 쇼핑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첫 아이를 가지면 이전보다 유아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 집을 마련하면 인테리어나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스타트업은 이러한 WoO를 정확히 파악하여 최적의 타이밍에 영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트리거는(Trigger)는 WoO가 열렸을 때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즉 고객의 관심이 높아진 순간에 결정적 한방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다음은 대표적인 트리거의 예시다.
- 한시적 할인: 연말연시, 블랙프라이데이, 신학기 등 특정 시즌에만 제공되는 할인
- 사은품 제공: 학생 대상 제품의 학기 초 프로모션, 멤버십 가입 시 무료 체험 혜택 등
- 품귀 전략(Scarcity Strategy): 여행상품에서 "마지막 항공권" 또는 "인기 숙소 잔여 객실 2개" 등의 메시지 제공 등
고려대학교 학생창업팀 ‘펫모닝’팀의 WoO와 Trigger 사례
고려대학교 학생창업팀 ‘펫모닝’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펫로스로 인한 심리적 우울과 좌절감, 그리고 주변과의 고립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슬픔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도록 하여 심리적 치유를 돕는 솔루션을 기획하게 되었다.
창업팀은 시장 세분화를 통해 주요 거점시장을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하는 30대 1인 가구 여성으로 설정하였다. 이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반려동물과의 이별 이후 애도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직접 시장 조사(PMR)를 통해 해당 고객들이 펫모닝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구독료 지불 의사도 긍정적이라는 점을 파악하였다. 아울러 이들이 펫로스 관련 SNS나 애도 연구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창업팀은 고객들의 최우선 요구사항이 펫로스 이후 적절한 위로를 제공받는 것과,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위로를 나누는 경험이라는 점을 도출하였다.
이에 따라, 창업팀은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펫로스 증상을 경험하는 시점을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WoO로 설정하였다. 해당 고객들은 이 시기에 반려견과의 추억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하며, 창업팀은 이러한 요구에 맞춰 소통과 공감을 위한 펫모닝 커뮤니티를 제안하였다. 또한 펫로스 증상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문가의 자문을 거친 편지 형식의 심리치료 기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아래 그림 참조).
결과적으로, 펫모닝 팀은 펫로스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위로 콘텐츠와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펫로스 경험을 공유하고 치유할 수 있는 특화된 온라인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영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목표 고객의 구매 과정과 행동 패턴을 철저히 분석하고, 적절한 WoO와 트리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명확한 고객세분화를 통해 핵심 고객을 설정하고, 이들이 구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맞춰 최적의 접근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즉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심리적 동기와 구매 과정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핵심이다. 목표 고객의 구매 주기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구조적 장벽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참조문헌
1.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bit),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 갤리온, 2012
2. ‘How Does Your Customer Acquire Your Product?’, 빌 올렛(Bill Aulet), Martin Trust Center
forMITEntrepreneurship,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