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타트업의 성장과 성공:
LTV와 COCA

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by 이종구

표지그림출처: 생성형AI


MIT 마틴트러스트 기업가정신센터의 빌 올렛(Bill Aulet) 교수는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따라야 할 24단계의 프로세스를 제시한 바 있다1. 이 24단계는 6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앞부분에 해당하는 3개 주제는 주로 고객과 시장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즉,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탐색이다.


많은 스타트업은 이 초기 단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고, 실제로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성과를 보이며 만족하기도 한다. 고객을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그에 맞는 제품이나 솔루션을 개발함으로써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은 스타트업의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진정한 비즈니스의 완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 이후에는, 그것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24단계프로세스.png MIT 빌 올렛 교수의 24단계 창업 프로세스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수익 창출 전략’의 정립이다. 특히 수익 모델과 가격 전략은 수익 창출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것의 가치를 얼마에 책정하고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한 전략이 없다면 지속 가능성은 담보되지 않는다2.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고 점검하는 대표적인 도구가 LTV(Lifetime Value of Acquired Customer), 즉 고객생애가치와 COCA(Cost of Customer Acquisition), 즉 고객획득비용이다. LTV는 하나의 고객(혹은 기업 고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총수익을 의미하고, COCA는 그 고객을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마케팅, 영업, 고객 응대 등을 포함한 비용-을 합산한 값이다.


이 두 지표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기업이 실제로 생존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고객 단위 경제학의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즉 LTV가 COCA보다 크지 않다면, 사업은 성장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에 빠지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 중심의 혁신을 넘어, 정밀한 수익 모델과 가격 전략, 그리고 정량화된 경제성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LTV와 COCA 분석이란?

스타트업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LTV만을 기준으로 수익 창출을 평가하는 것이다. LTV는 특정 고객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총수익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지만, 이것만으로는 해당 사업이 수익성이 있는지,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 수 없다. 즉 COCA를 고려하지 않으면, 착시효과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TV가 10만 원인 고객을 확보하는 데 COCA가 1만 원이면 어떨까? 이는 매우 훌륭한 구조이며, 고객 한 명당 9만 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만약 COCA가 20만 원이라면? 고객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손해가 누적되는 구조로, 기업은 수익을 낼수록 위기에 몰리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벤처투자가인 David Skok은 특히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LTV가 COCA의 최소 3배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LTV와 COCA 계산에는 연구개발비(R&D), 간접비, 관리비 같은 핵심 비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둘째,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에 대한 창업가의 지나친 낙관주의가 지표 산정에 반영돼, 실제보다 긍정적인 예상 수치가 도출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 불완전한 경영 환경, 예컨대 개발 지연이나 경쟁 심화, 경기 불황 등이 현실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의 여유 폭은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LTV와 COCA 분석의 간과로 빚어진 실패

‘고객은 늘어나는데 왜 적자는 더 커질까?’

이 질문은 과거 수많은 스타트업이 직면했던 난제이며,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겉으로는 성장과 매출이 증가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수익성은 나빠지는 구조. 이 문제의 본질은 결국 LTV와 COCA라는 두 지표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Pets.com과 그루폰(Groupon)이다.


닷컴 버블의 희생양, Pets.com

petscom.png

1998년 11월, 닷컴 열풍 속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등장한 펫츠닷컴(Pets.com)은 반려동물용품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3. 수백만 달러의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초기부터 수백만의 반려동물 주인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급격한 매출 상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수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치달았다.

이유는 명확하다. 고객 수는 늘었지만, 고객 한 명당 수익(LTV)은 낮았고,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COCA)은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다. 창업자들은 ‘규모의 경제’가 언젠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매출이 증가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구조였다. 결국, 2000년 11월 파산을 선언하며 닷컴 버블 붕괴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성장과 성공은 다른 것이다. LTV와 COCA의 균형 없이 이뤄지는 성장은 결국 ‘수익 없는 성장’으로 귀결된다. 펫츠닷컴의 사례는 창업가가 반드시 미시경제학적 관점에서 사업 구조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고객 한 명이 진정한 ‘이익’을 가져오는지 냉정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의 미래는 안전하지 않다.


결국, 스타트업의 성공은 기술과 경제성을 동시에 이해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에서 출발한다. LTV와 COCA는 숫자이지만, 그 안에는 고객의 행동, 시장의 반응, 제품의 가치가 모두 녹아 있다. 고객 한 명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그 고객을 얻기 위해 우리는 얼마를 쓰는지. 이 단순한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수익성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기업이야말로 투자자와 시장으로부터 신뢰받는 ‘찐 스타트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참조문헌

1. 스타트업바이블, 빌 올렛(Bill Aulet), 2013, 비즈니스북스

2. ‘스타트업,가치 창출을 넘어 수익 모델까지’, 2025, 융합경영리뷰 4월호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격 전략’, 2025, 융합경영리뷰 7월호

3. wikipedia.org/wiki/Pets.co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