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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Jun 22. 2019

미래는 우뇌형,다양성 인재의 시대다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에서 새로운 시대는 다양한 사고와 다채로운 삶에 대한 접근으로 활기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뛰어난 분석 능력과 순차적인 사고를 잘하는 좌뇌형 인간이 성공을 이루었는데, 새로운 미래는 다양한 패턴을 잘 감지하고 감정과 비언어적 표현을 잘 해석하는 종합적 능력을 지닌 우뇌형 인간이 성공할 것으로 그는 보았다.


실상 지금까지 우리는 학력 중심의 사회를 살아왔다. 대학 입시를 위한 수학능력시험이나 각종 시험들은 주로 논리적이며 순차적이고 빠른 사고 능력을 요구하는 지극히 좌뇌 지향적이다. 그것으로 다양한 계층에 평등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직의 문호를 개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학력주의 시대는 점차 저물어가고 우뇌형 사고 중심으로 가고 있다. 그 이유를 다니엘 핑크는 다음의 3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풍요다. 우리는 좌뇌적 사고로 인하여 풍요로움을 얻었다. 즉 좌뇌의 논리력과 분석력이 하이테크 기술의 발전을 불러오고, 좌뇌형 지식 근로자 집단의 능력으로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풍요를 이루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역설적으로 좌뇌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딜 가나 원하는 상품들이 쌓여있다 보니 합리적 가격이나 기능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디자인이 별로거나 정신적인 만족감이 없으면 절대 팔리지 않는다. 즉 풍요로움이 우뇌적 위상을 떠오르게 했다는 의미다.


둘째는 아시아다. 과거의 좌뇌형 화이트칼라의 일이 아시아 대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록 전문적인 일이라도 단편적이거나 반복적인 일들은 저비용의 아시아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좌뇌의 위상은 계속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자동화다. 20세기는 기계들이 인간의 물리적 힘을 대신했고, 21세기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좌뇌를 대체했다. 예컨대 영국의 한 회사가 사람이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대신 개발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판다. 또한 기존의 변호사들의 성역이었던 법률 서비스도 어지간한 것은 자동 온라인 법률서비스로도 가능하다.


결국 지식 근로자의 정보화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부터는 ‘하이컨셉의 시대’, 즉 다양한 패턴과 기회를 잘 감지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조하는 능력을 지닌 우뇌적 인재의 시대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잘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다양성 인재의 시대가 온 것이다.


제너럴 모터스의 부회장이었던 로버츠 루츠(Robert Anthony Lutz)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회사는 예술 사업을 합니다. 자동차란 엔터테인먼트이자 움직이는 조각품인 동시에 수송수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즉 제너럴 모터스의 자동차는 사람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감성 생활의 도구인 동시에 예술품이고 이동 수단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러한 종합예술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에 익숙한 우뇌형 인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니엘 핑크는 우뇌형 인재에게 필요한 6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우리의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주변 환경을 만들고 꾸미려는 인간의 본성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는 어떤 일이든 상관없이 디자이너가 되어 예술적인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특히 디자인은 서로 다른 분야를 접목하는 작업이어서, 전체적인 사고와 안목을 갖춘 사람이 오늘날의 복잡한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다.


둘째는 스토리다. 오늘날 지식이나 팩트는 거의 무료로 빛의 속도로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팩트를 엮어 감성적 임팩트를 제공하는 능력, 즉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이다. 간단한 예로 팩트는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세상을 떠나 고아가 되었다.’인데, 스토리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엄마는 집을 나갔다. 그러자 아빠는

크게 상심하여 술로 달래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이제 혼자서 살아가야하는 고아가 된 것이다.’로 감성적 임팩트를 넣어 전달한다. 오늘날 비즈니스는 정형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들이 많다. 그것을 잘 전달하여 설득하는 수단이 바로 스토리인 셈이다.


셋째는 조화다. 조화는 작은 조각들을 결합하는 능력으로 서로 다른 패턴이나 특성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흔히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Boundary Crosser)’이 대표적으로 조화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개발하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다양한 인생경험을 즐기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창의성은 일반적으로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유명한 디자이너 클레맨트 모크(Clement Mok)도 ‘앞으로 사람들은 다중 렌즈를 통해 문제를 바라봐야 하고 다중모드에서 일하고 훈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백만장자 CEO 시드니 하먼(Sidney Harman)은 ‘MBA 출신이 아닌 시인을 임원으로 데려오라. 시인은 시스템적 사고를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고 했다.


넷째는 공감이다. 즉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오늘의 변호사는 더 이상 단순히 법률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들과 공감하면서 그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말속의 잠재된 숨은 의도를 잘 파악하는 그런 사람이어야 변호사로서 성공한다. 한편 여성의 뇌는 남성에 비해 선천적으로 뛰어난 공감 능력을 지닌다고 한다. 바로 성별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다.


다섯째는 놀이이다. 즉 일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다. 노스웨스트 항공사는 일과 놀이를 결합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즐겁게 일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일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브리티시 항공은 직원들의 유머 감각을 높이기 위해 전문 희극인을 고용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의미다. 빅터 프랭클(Victor E. Frankl)은 ‘사람의 주된 관심사는 즐거움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는데 있다’고 말했다. 또한 로버트 윌리엄 포겔(Robert W. Fogel)은 ‘무엇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는 해결되지 못했다. 삶의 수단은 있으나 삶의 목적은 없다’고 말한다. 이제는 돈 못지않게 의미를 제공하는 직장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 주목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필자는 모두가 우뇌형 인간으로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우뇌를 억누르고 좌뇌 중심으로만 살아왔다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 좌뇌와 우뇌는 함께 작용해야 한다. 다양성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어떤 사람과 일을 하면서 그 사람이 가진 세부 능력들을 잘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그 사람의 총체적 성격이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단지 이제껏 소홀히 해왔던 우뇌적 특성을 더 잘 살려서 다양성에서 얻어지는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니엘 핑크가 말한 다양성 인재의 조건은 가히 종합 예술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인 능력은 시각적인 측면이 강하고 스토리는 청각적인 측면이 강하다. 우선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디자인 능력으로 시선을 끌고 그 다음은 스토리로 감성을 자극하여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관계를 만드는 뼈대는 조화

와 공감이고 놀이와 의미는 이 모든 다양성 인재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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