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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May 28. 2024

[과제] <여우> 감상문

저자는 마거릿 와일드로 남아프리카 출신인데 호주에서 성장했다. 신문 잡지 기자로 활동하였고 편집자로 지내다가 지금은 전업 작가다. 약간은 독특한 배경을 가진, 이 작가가 <여우>에서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하필 제목을 <여우>라고 지었을까? 보면 볼 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이 책의 해석과 감상이 전부 다른 것을 찾아볼 수가 있다. 개, 까치, 여우라는 세 캐릭터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지만, 작가가 부여하는 특별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 더불어 3마리의 동물이 지낸 숲, 바위 그늘, 강가, 붉은 사막 같은 배경까지도 중요한 모티브를 가지고 있어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일단 캐릭터부터 살펴보면, 먼저 개는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답게, 선민사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캐릭터로 보인다. 다친 까치를 구해주고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까진 좋았다. 그러나 아무런 의심 없이 여우를 받아들였고 나중에는 잠든 사이에 여우의 꾐에 넘어간 까치에게 버림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제일 바보 같아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낀 캐릭터였다.      


다음은 까치인데 제일 중심이 되는 역할이다. 처음에는 다친 날개 때문에 의기소침해져서 살갑게 다가오는 개에게 싫은 소리를 하며 밀어낸다. 그런데 얼마 뒤 개 등에 올라타 바람을 느끼자 "내가 너의 눈이 되어줄 테니 너는 내 날개가 되어줘"라고, 바로 태세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렇게 철딱서니 없이 쉽게 마음이 움직이는 타입은 나중에 큰일을 당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되었다. 그 뒤에 까치는 나중에 만난 여우의 꼬임에 넘어가 개를 버리고 여우를 따라가게 된다. 개보다 빠른 여우의 등에 올라타고는 신이 나서 "진짜 하늘을 나는 것 같다"라면서 가슴이 벅차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마치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조건이 생기면 바로 환승하는 인간 심리를 우화답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마지막에 여우에게 버림받고 혼자 사막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까치의 모습은 좀 짠하긴 했다. 그래도 까치가 조금은 성장했다고 보이기에, 앞에서의 철없는 모습이 약간은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우는 내용상 중간부터 나오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표지부터 등장하고, 맨 처음 개가 까치를 구출하는 장면에서부터 그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우는 개와 까치가 붙어 다닌 이후 어느 순간부터 같이 있게 되는데, 그저 성격 좋은 개는 여우에게 호의적이었고, 까치는 노골적으로 여우를 멀리했다. 좋았던 개와 까치 사이를 자꾸 끼어드는 여우의 행동은 까치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 요소였다. 개가 먼저 잠든 밤, 여우는 까치에게 자기와 같이 가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개 등 위에 올라타는 것보다 자기가 훨씬 빠르다며 "개와 다니는 것이 과연 진짜로 나는 거 같아?" 같은 발언을 한다. 까치는 그 자리에서 거부했지만, 어쩐지 그 발언이 자꾸 생각나는 것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다. 결국 개가 잠든 사이에 까치는 여우를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여우는 까치를 등에 태워 멀고 먼 곳으로 달려간다. 쏜살같은 바람을 느낀 까치는 그야말로 신이 났다. 타는 듯한 붉은 사막에 이르자, 갑자기 여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침묵한 채 있었다. 여우가 까치를 벼룩을 털어내듯이 등에서 떨어뜨렸다. 한참을 걷던 여우는 "이제 너와 개는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며 까치를 혼자 두고 가버렸다. 멀리서 승리의 포효인지, 절망의 포효인지가 들렸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를 말해주진 않았지만 여우가 마냥 좋아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여우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 입고 버림받은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은 자는 그 아픔을 쉬이 치유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기가 당했던 방식으로 폭력 및 가해를 행사한다. 지금까지의 여우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 그렇지만 아주 악한 녀석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우는 까치를 더 다치게 하거나, 아예 잡아먹을 수도 있었는데도 그러질 않았다. 그저 훈계만 하고는 그 자리에 버려두고 갔다. 그것이 까치와 개한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여우 본인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여우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연민을 느끼게 했다. 작가가 여우를 통해서 우리 자신도 한번 되돌아보라는 의미로 제목을 <여우>라고 지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까치가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결말이 너무 뻔한, 식상한 교훈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과연 더 좋은 결말이 있었을까, 떠올리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이 작가가 생각한 최선의 결말이긴 할 테지만 뭔가가 아쉽다. 그나저나 이런 좋은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작가 론 브룩스의 실력도 대단한 것 같다. 그의 그림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내용이 제대로 전달이나 되었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관계란 무엇일까, 누군가를 신뢰하거나, 불신은 왜 하는 것일까, 보면 볼수록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린이가 봐도 좋겠지만, 성인이 돼서 읽으면 더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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