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I Love You, 2010>
사랑이라는 감정은 모든 인류에게 동등하게 느껴지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나 TV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2~30대로 설정되어 있고, 그들의 사랑은 목숨을 내던질 정도로 뜨거운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덕분에 사랑,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2~30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특히 20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나온 것이 ‘죽어도 좋아’ (2002)이다. 칠십이 넘은 노인들의 성적 욕구와 성생활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극과 극의 반응을 얻었었다. ‘20대의 사랑’이라는 고정관념의 탈피도 센세이션이었지만 성생활이라는 소재의 선택이 충분히 자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한 영화가 있다. ‘죽어도 좋아’ 가 자극적 소재로 노인들의 사랑을 다루었다면 이 영화는 감성적인 노인들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워 등장했다. 강풀 원작의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이다. 이전의 한국 영화 내지는 드라마에서 노인 캐릭터는 크게 3가지였다. 하나는 치매를 앓고 있는 짐짝 취급당하는 캐릭터였고, 둘째는 자식과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 (스톨게)을 보여주는 역할이었고 마지막은 고집 센 캐릭터로 다른 캐릭터들에게 곤경을 처하게 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4명의 캐릭터는 이러한 특징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주된 설정은 20대 못지않은 사랑을 하는 캐릭터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다시 두 커플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시작하는 커플이고 하나는 시작했고 이어지고 있는 커플이다.
시작해서 이어지고 있는 커플, 즉 ‘군봉’과 ‘순이’ 커플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노인들의 모습에 극적인 장치를 더한 모습이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고 또 사랑하기에 장애라는 벽이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주위의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내 사람은 흠이 없길 바라고, 조건을 보고 관계를 시작하고 그 조건이 사라지면 쉽게 포기하는 요즘 세대들이 본보기로 삼아야 할 모습이다.
막 시작하려는 커플 ‘만석’과 ‘이뿐’ 은 그들이 여전히 20대와 같은 뜨거움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표현하기도 하면서 부끄럽고 수줍은 마음 역시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한 모습이다. 이 커플이야 말로 흔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다를 바 없는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설레고, 사랑하고, 표현하는 것 말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노인들이 보여주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입한다. 자기네들의 이야기와 대입시켜 공통점을 찾기도 하고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모습을 반성하기도 하면서, 수줍어하는 모습에선 미소를 띠고 가슴 뭉클한 장면에서는 눈물을 글썽인다.
묻고 싶다. 풋풋한 10대, 뜨거운 20대, 성숙한 30대의 사랑만이 사랑인가? 나는 과감하게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모두가 공감하고 모두가 설레는 사랑. 노인들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전체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