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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리엘 Nov 17. 2016

대한민국 헌법 공부

시국이 이래서 끄적이는 저녁

 아마도 이건 시기 탓이다. 나의 타고난 줏대 없음이 주변의 분위기라는 걸 핑계 삼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탓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들어 키보드 앞에만 가면 정치, 사회, 세상 같은 거창한 것들에 대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것일 게다. 그 촘촘했고 거대했던 내 '취미의 계보들'은 눈 녹듯 희석되어 간다.


 같은 맥락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을 읽는 나를 발견한다. 언감생심 공대생 출신 회사원이 헌법이라니..역시 아무래도 시기 탓, 거창하게 시국 탓을 하는 게 적절하다.


 투덜대면서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헌법에 쓰인 문장들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물론 문장이야 딱딱하기 그지없지만, 그 딱딱함은 덕택에 읽는 이에게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문장이 굳건히 지켜준다며 선언하는 내용들은 웅혼하고 고결해서, 읽기만 해도 한 사람의 마음에 벅찬 감동을 준다.


 그렇기에, 그 아름다운 문장들은 읽을수록 서글퍼진다.

 시인 윤동주는 살기 어려운 시대에 시가 쉽게 쓰여진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던가.

 나는 헌법의 문장들을 처음 읽고 다시금 되뇌며, 쉽게 읽힌다는 것이 부끄럽다.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변호인에 나오면서 더 유명해진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그렇다. 나는 주권자였다.

영화 <변호인>


 그렇다면 주권자로서 내 기본권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친절하게도 그 특유의 딱딱한 말투로 제 10조부터 제 36조까지 이에 대해 설명한다. 그중 몇 개를 간추려 보고자 한다. 천천히 눈에 담으면 유익할지도 모른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12조
1항)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2항)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4항)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5항)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제13조
3항)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제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제20조
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항)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4항)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제22조
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2항)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제23조
1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2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3항)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제31조
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2항)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3항)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32조
1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2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3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4항)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5항)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6항)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
제33조
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2항)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3항)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4항)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5항)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3항)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36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3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재미없는 글자들을 나열했다. 분명히 따분해야 할 문장들이, 내게는 왜 이리도 이루기 힘든 선언문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공허하면서도 따스한 이 선언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내가 가지고 있는 권리라는 것이 꽤나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까먹고 있다가 사용하지도 못하는 기프티콘이나 카드사 포인트처럼 말이다. 물론 카드사 포인트와는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종신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많은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해야 할 의무는 납세(제 38조)와 국방(제 39조), 단 두 가지라는 점이다. 남는 장사다.

 

 그래도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해, 재미난 조항이 하나가 더 있다. 국민의 권리(제 10조~제 36조)와 의무(제 38조~제 39조) 사이에 있는 마지막 조커(Joker) 조항이다.

제37조
1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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