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안식의 참 의미
때로 최근 출판된 책보다 예전에 출판된 책에 더 관심을 가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관심이 위로가 되거나 깨달음을 준다면 기분이 좋아진다. 안식에 대한 내용으로 박사 논문을 작성했지만 - 비록 이 책이 학술적인 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 이 책이 나의 논문을 지지하고 있고, 일정 부분 적용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마르바 던은 "안식"의 의미를 4가지로 제시한다: 그침(ceasig), 쉼(resting), 받아들임(embracing), 향연(feasting). 저자는 이 4가지 의미를 성경을 토해 제시하며,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독자들에게 안식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교회는 안식의 개념에서 꽤나 멀어져 있어서 안타까워 하고 있다.
오늘날의 안식은 수고와 노력, 봉사로 점철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안식을 누려야 하는 주일은 노동에 더 가까웠다. 성가대 연습을 하고, 성가대에서 찬양을 하고, 교사로 봉사하고, 예배를 드리고, 찬양단 연습을 하고 또 예배를 드리고, 회의를 하고, 피곤하면 잠깐 졸았다가 저녁예배까지 드리는 그 생활은 그침, 쉼, 받아들임, 향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오늘날의 교회는 여전히 안식의 개념에서 멀어져 있다. 신자들에게 의무를 지우며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신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기게 한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백성들에게 주신 안식의 날에, 온갖 의무를 씌워, 주일 아침에 교회에 가기를 두려워 하거나, 피곤에 쩔어 예배당에 가는 일이 매주일 반복되게 만든다. 교회를 위한, 교회를 유지하기 위한, 교회에 속한 신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교회가 아니라, 진정으로 하나님의 안식의 약속을 누리는 교회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가끔 나의 박사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면, 일부 목회자들과 신자들은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친다는 것, 쉰다는 것은 신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게으름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신앙 생활을 대충하려는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초대 교회의 모습을 보면, 오늘날의 교회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그런데도 교회들은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고 외친다. 그러한 외침은 그저 교회에서 더 열심히 하자는 닥달의 말처럼 들리고는 한다. 아쉽다.
저자가 말하는 안식의 의미를 되뇌이며 한 챕터씩 천천히 읽고, 공동체에서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되는 책이다. 저자의 모든 주장을 다 동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안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오늘날의 신자들의 삶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마르바 던의 <안식>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