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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Sep 13. 2021

황석영 <여울물 소리>

[내 마음대로 책읽기] 19세기 어느 이야기꾼의 일생

엄격한 신분 제도 아래에서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동학 (소설에서는 천지도라고 말한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소설은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이야기꾼인 "전기수" 일생을 따라, 당시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유교에 반하는 종교는 어떻게 탄압을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천지도의 사상과 교주의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이야기꾼의 일생이  드러낸다.

외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청과 왜로부터 침략을 받고, 양반과 귀족의 타락상이 하늘을 찔러 결국 임오군란이 일어나게 된 부분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고등학교때 역사 시간에 배웠지만, 잠깐 지나가듯이 흘러간 것 같았는데, 소설 속의 이야기는 가난한 민중이 어떻게 피눈물을 흘렸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의 글이 쉽지만은 않다. 내게는 말이다. 단어나 문장이 처음 들어보는 말도 있어서, 시작 부분에서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읽다가, 그렇게 하다가는 중간에 읽기를 포기할 것 같아서 전체적인 내용만을 염두에 두면서, 모르는 말들은 그려려니하고 넘어갔다.

종교 이야기가 생각에 많이 남는다. 민족 종교라는 천지도 (동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교인들은, 포교를 위해 목숨까지도 아까워 하지 않았고, 하늘 아래 높고 낮은 신분이란 없다는 사상을 사람들에게 전파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교리를 따랐지만, 조정은 그들을 붙잡아 지도자들을 효수하고, 추종자들을 유배보냈다. 그런데도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이 줄지 않았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멸시를 받은지는 오래 되었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서 교회의 이미지는 돈과 권력에 혈안이 된 집단, 자신들끼리만의 왕국을 만들려는 이기적인 집단이 되어 버렸다. 이민 교회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믿음과 봉사의 노력을 통해 권력을 잡으려 하고, 목회자는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조심한다. 모든 이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직장,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대접 받는 곳이 교회가 되어 버렸다. 요즘은 교회가 무엇을 해야하는 곳인지 고민이 많다. 교회 안에서 아둥바둥 될 것이 아니라, 교회 안의 다른 신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교회 울타리 밖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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